공화당선 인준 거부 방침
[ 임근호 기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6일 새 연방대법관 후보에 메릭 갈랜드 워싱턴DC 연방순회항소법원장(63·사진)을 지명했다. 지난달 13일 보수 성향의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이 심근경색으로 돌연사한 지 32일 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갈랜드 법원장에 대해 “미국에서 가장 예리한 법률 마인드를 가졌을 뿐 아니라 품위와 겸허함, 성실성, 공평성은 물론 능력까지 갖춘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갈랜드 법원장은 중도 성향으로 민주당과 공화당 양쪽에서 우호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오바마 정부 출범 후 줄곧 대법관 물망에 올랐으나 2009년에는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에게, 2010년에는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에게 밀렸다.
시카고 출신의 백인인 갈랜드는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워싱턴 로펌인 아널드앤드포터의 파트너로 일하다가 빌 클린턴 정부 시절 법무부에서 활동했다. 당시 매리언 배리 워싱턴DC 시장의 마약사건을 조사하고, 오클라호마 연방빌딩 폭탄테러 사건의 수사를 지휘한 것으로 유명하다.
1997년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의해 워싱턴DC 항소법원 판사에 지명돼 76 대 32로 상원 인준을 받았다. 갈랜드는 다시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2013년 2월 순회항소법원장에 임명됐다.
인준권이 있는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 지도부는 인준 절차를 개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공화당 소속 찰스 그래슬리 상원 법사위원장은 워싱턴포스트에 “새 연방대법관은 대법원 판결 방향을 극적으로 바꿀 수 있다”며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 5명, 진보 4명으로 ‘보수 우위’이던 연방대법원의 이념 구도는 스캘리아 대법관 사망으로 변화에 직면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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