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대표' 이세돌 9단이 구글 개발 인공지능(AI) 알파고(AlphaGo)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이 9단은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3국에서 알파고에 176수 만에 불계패를 당했다.
5판 3승제로 진행된 이번 대결에서 이 9단은 충격적인 3연패를 기록하며 승리를 내줬다. 우승 상금 100만달러도 알파고가 차지하게 됐다.
그동안 바둑은 컴퓨터가 정복하기 가장 어려운 게임 중 하나로 여겨졌다. 돌을 놓는 경우의 수가 우주 원자보다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는 세계 최정상 프로기사와의 세기의 대결에서 승리를 차지했다. 구글 딥마인드는 상금을 유니세프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 및 바둑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비록 승패는 갈렸지만 이 9단은 이날 알파고와 제 4국을 마저 치른다. 마지막 승부인 제5국은 오는 15일 펼쳐진다.
앞서 충격의 2연패를 당한 이세돌 9단은 전날 펼쳐진 제3국에서 초반부터 저돌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겁없이 전투적인 바둑을 두던 10대 이세돌의 스타일이었다.
1국에선 초반부터 판을 풀어가지 못하다가 알파고의 승부수에 허를 찔려 불계패를 당했다. 2국에선 알파고의 변칙수에도 안정을 유지하는 차분한 스타일을 선보였으나 촉박한 시간과 알파고의 끝내기에 밀려 또 한 번 항복을 선언했다.
3국에서 이 9단은 초반부터 좌상귀 백돌을 강력하게 끊고 전투를 시작했다.
그러나 알파고는 최첨단 트리 탐색과 두 개의 심층 신경망을 결합해 완벽한 수읽기로 무장했다. 사람의 직관까지 모방하며 이기는 무적의 바둑을 두며 바둑계에 충격을 줬다.
이 9단은 대결이 끝난 후 "이세돌이 패한 것일 뿐 인간이 패한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패배로 인류가 인공지능에 무릎을 꿇은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가장 큰 패인으로 심리적 압박감과 부담감을 꼽은 그는 이제 승패가 갈린 만큼 4·5국에서는 심리적 부담을 덜고 더 정확한 바둑을 두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알파고는 초당 수만번의 수를 계산하지만 이세돌 9단은 순전히 사고의 힘으로 경기를 펼쳤다"며 "이세돌 9단의 순수한 천재성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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