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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같은 TV, 가구 닮은 TV…삼성 "세상에 없는 TV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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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포트 - 'TV 10년 1위'삼성전자 VD사업부 C랩

TV시장 포화로 성장에 한계…두께·화질로는 차별화 어려워
창의적 아이디어 가진 직원에게 1년간 자유롭게 제품 개발 기회
스마트폰 영상 공유하는 TV 등 신개념 제품 잇따라 개발



[ 김현석 기자 ] 연구실 한편에선 격론이 한창이었다. 다른 한쪽에선 여러 명이 전기톱으로 목재를 다듬고 있었다.

지난 7일 찾아간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 디지털시티 내 영상디스플레이연구소(R4) 2층에 있는 사내벤처 ‘크리에이티브랩(C랩)’은 시끌벅적했다. 이곳은 지난 10년(2006~2015년)간 글로벌 시장 1위를 지켜온 삼성 TV가 새로운 10년 신화를 이어가기 위해 꾸린 곳이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가진 직원들이 팀원이다. 이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기존 TV가 아닌 새로운 TV를 만들라’는 것이다.

가구처럼, 거울처럼, 또는 스마트홈의 중심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신개념 TV와 기능이 이곳에서 하나둘씩 태어나고 있다.


◆2억대에서 정체된 TV 시장

2000년대 초만 해도 소니 TV ‘트리니트론’은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삼성은 이를 평면 디지털 TV를 앞세워 넘어섰다. 마침내 2006년 삼성은 세계 시장 점유율 14%(매출 기준·시장조사업체 IHS 기준)를 기록, 처음 1위에 올랐다. 와인잔에서 디자인 모티브를 딴 ‘보르도 TV’가 최대 공신이었다. 2009년 테두리를 2.99㎝로 줄인 LED TV, 2011년 3차원(3D) TV, 2014년 UHD TV 등 혁신적 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지난 10년 새 매출과 판매량은 각각 배 이상 늘었다. 이 기간 삼성이 세계에 판 TV는 4억2700여만대에 달한다. 점유율은 2014년 28.8%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중국의 거센 도전이 있었지만 27.5%로 1위를 굳건히 지켰다.

하지만 삼성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2008년 1억대 수준이었던 글로벌 TV 수요는 2011년 2억대까지 급증했으나 2012년 갑자기 브레이크가 걸렸다. 지난해 세계 TV 출하량은 2억2625만대로 2014년보다 오히려 3.7% 감소했다. 시장 포화로 수요가 한계에 다다른 탓이다. 여기에 하이센스 TCL 등 중국 업체는 거세게 추격해오고 있다. TV 테두리는 더이상 줄일 수 없을 만큼 얇아지고, 화질은 UHD까지 진화해 차별화하기도 어렵다.


◆‘보는 TV가 아닌 TV를 만들라’

삼성 TV를 제작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는 글로벌 1위지만 절박하다. 김현석 사업부장(사장)은 “시장에선 아직도 두께와 화질 경쟁을 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며 “사람들이 TV를 어떻게 시청하느냐뿐 아니라 사람들이 사는 공간에 대해서도 조사해 생활에 스며들 수 있는 신개념 TV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야 줄어드는 시장을 키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VD사업부는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2013년부터 한 해 두 차례 ‘C랩 페스티벌’을 열어 직원들로부터 창의적 아이디어를 구한다.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1년간 개발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준다. 뜻이 맞는 직원을 뽑을 권리도 부여한다. 1년에 서너 개씩, 총 15개 C랩이 발족돼 성공도 하고 실패도 했다.

선행개발팀에서 화질칩을 만들던 이용훈 책임연구원은 2014년 화장대 거울로 쓸 수 있는 ‘미러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내 채택됐다. 동그란 미러 디스플레이에 얼굴을 비치면 화장과 피부 상태를 확인해 테라피, 화장법 등을 추천하고 날씨 등 각종 정보도 볼 수 있게 제작했다. 지난해 유럽가전전시회(IFA)에 출품했고,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S(우성2차 재건축) 모델하우스에도 전시했다.

VD사업부 신입사원은 모두 C랩에 참여해야 한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2013년 상반기에 들어온 정승연 사원은 입사하며 낸 아이디어가 채택돼 이를 바탕으로 ‘스마트뷰’ 기능을 개발했다. 2016년형 TV에 탑재된 이 기능은 TV와 스마트폰, PC를 와이파이 네트워크로 연결해 사진 동영상 등을 쉽게 공유할 수 있게 했다. 김지수 책임연구원은 작년 4월 사내 집단지성시스템 ‘모자이크’에 올라온 “TV를 어떻게 방송 시청용이 아닌 다른 용도로 쓸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댓글을 달았다가 C랩에 선발됐다. 현재 신개념 TV를 개발 중이다. 외부 아이디어를 채용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에도 열심이다. 조만간 국내에 출시되는 셰리프 TV는 프랑스 유명 디자이너인 부홀랙 형제가 삼성에 제안해 제작하게 된 ‘가구 같은 TV’다.

천강욱 VD사업부 상품전략팀장(부사장)은 “1등을 쫓아가는 것과 1등으로서 이끌어가는 건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며 “소비자가 어떤 생각을 갖고 뭘 원하는지부터 파악해 그에 맞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일하는 문화부터 바꾸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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