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경전철 등 연 수백억 적자
사업자에 최소수입 보장해줘야
총선 앞두고 지역구 의원이 주도
[ 백승현 기자 ]
경전철 운행으로 매년 수백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를 중앙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국회가 3일 본회의에서 ‘정부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따라 건설한 도시철도로 인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상 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한 ‘도시철도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하지만 엉터리 수요예측을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해 발생한 지자체의 막대한 손실을 국민 세금으로 메우자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경전철은 부산·김해, 용인, 의정부에서 운영 중이다. 사업 방식은 모두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방식으로 이용객이 예상치를 밑돌면 해당 지자체가 민간사업자에게 최소 수입을 보장해줘야 한다.
2011년 9월 개통한 부산~김해 경전철은 탑승객이 예상 인원의 20%에 불과해 부산시와 김해시가 향후 20년간 민간사업자에게 운영적자 2조1633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김해시는 계약에 따라 60%를 부담해야 하는데 연간 가용예산(1000억원 수준)의 절반 이상을 경전철에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다. 부산~김해 경전철 하루 이용객은 당초 17만6000여명으로 예측됐으나 실제 이용객은 3만명 수준이다.
2014년 9월 개통한 용인 경전철(기흥~에버랜드)도 매년 수백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 사업 추진 당시 하루 이용객이 16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실제 이용객은 8000명 수준에 불과하다. 2012년 7월 운행을 시작한 의정부 경전철(발곡~탑석)도 하루 이용객이 8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3만여명만 이용해 매년 300억원 이상의 적자가 쌓이고 있다.
개정안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의 민홍철(김해시갑)·김민기 의원(용인시을)과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김해시을)은 적자 경전철이 있는 지자체를 지역구로 둔 의원들이다. 이들의 논리는 지자체가 떠안고 있는 경전철 사업 적자 중 일정 부분을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자 원인이 한국교통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의 수요예측 실패와 정부가 주도한 타당성 분석 실패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개정안은 통과됐지만 정부 지원 방식을 놓고 논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재정 부담을 줄여줄 행정적 지원’이라는 개정안 문구를 놓고 입법을 주도한 의원들은 ‘재정 지원’으로, 정부는 ‘행정 지원’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민우 국토교통부 철도국장은 “기본적으로 도시철도 사업에 대한 국가재정 부담이 맞지 않는 데다 향후 다른 지자체 사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개정안 내용대로 자금 재조달을 지원하는 등 행정적 지원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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