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의총서 진통 끝 2일 중단 최종결정…토론은 자정 넘어 이어져
막말에 총선 홍보 '눈총'
박영선 "과반의석 만들어 달라"
김용익 "대통령이면 다야…"
일부의원, 후원계좌 SNS 올려
의원총회 3시간 격론
지도부 중단 방침에 일부 반발
"지지 다 까먹는 출구전략"
[ 이태훈/김기만 기자 ]
야당이 지난달 23일 시작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는 테러방지법 통과를 저지한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토론자들이 주제와 상관없는 막말을 하거나 4·13 총선을 겨냥한 홍보에 치중해 논란이 됐다. 일부 의원은 자신의 후원계좌 번호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일 의원총회를 열어 필리버스터 중단을 최종 결정했지만 이날 밤 12시를 넘어서까지 토론은 이어졌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박영선 더민주 의원은 “총선에서 (야당을) 과반 의석 만들어줘야 여러분이 원하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며 “대한민국이 온통 새누리당의 시뻘건 물결로 덮이는 것을 원치 않으신다면, 독재를 원치 않으신다면 총선에서 야당을 키워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영원히 내 아들딸이 綬?못 펴는 나라가 된다.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는 것은 총선에서 이기려고 하는 것”이라며 눈물을 보였다.
막말도 난무했다. 지난달 26일 필리버스터에서 김용익 더민주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두세 달 만에 테러방지법을 처리하라고 국회에 요구했다며 “어쩌라고. 대통령이면 다야. 어쩌라고 이걸…”이라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이 고성을 지르며 말다툼을 하는 모습도 있었다. 전하진 새누리당 의원은 1일 토론자로 나선 안민석 더민주 의원에게 “모든 국민에게 테러방지법이 적용된다는 식으로 발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항의했다. 안 의원은 “전 의원님 초선이잖아요”라며 “내가 3선 하면서 가장 나쁜 의원이라고 생각하는 게 동료 의원이 말하는 데 끼어드는 거다. 내 발언에 끼어드는 의원이 있으면 국회의장이 퇴장 명령을 내려달라”고 했다. 휴일인 이날 방청객 150여명이 본회의장을 찾아 이 광경을 지켜봤다.
은수미 더민주 의원은 지난달 24일 발언을 시작하며 자신을 “(경기) 성남 중원 예비후보”라고 소개하는 등 필리버스터가 총선 홍보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달 28일 토론자로 나선 이학영 더민주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트위터에 후원계좌 번호를 올렸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장이 더민주 예비후보들의 얼굴 알리기 ‘총선 이벤트장’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이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 경신에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달 23일 첫 필리버스터 주자였던 김광진 더민주 의원은 5시간33분 동안 발언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1964년 본 맛?발언시간(5시간19분)을 넘어섰다. 몇 시간 뒤 은 의원이 10시간18분을 발언해 1969년 박한상 신민당 의원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했던 10시간15분 기록을 넘어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같은 당 정청래 의원이 지난달 27일 11시간39분 발언으로 은 의원 기록을 3일 만에 갈아치웠다.
더민주는 1일 저녁 의총에서 필리버스터 중단을 최종 결정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 등이 의총을 한 시간가량 정회하고 대책 회의에 나서는 등 긴박한 모습도 연출됐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의원들이 어제부터 많은 의견을 나눴기 때문에 오늘 의총에서 특별한 (중단 반대) 의견은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은 지도부의 필리버스터 중단 방침에 거세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지지를 다 까먹는 출구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이태훈/김기만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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