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미/강현우 기자 ] 최근 1~2년간 한국 수출을 짓눌렀던 ‘엔저(低) 악재’가 희석되고 있다. 24일 원·엔 환율은 2년4개월 만에 100엔당 1100원을 넘어섰다. 올 들어서만 13.4% 올라(원화 가치 하락) 수출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날 원·엔 환율은 100엔당 1104원31전(오후 3시 기준)으로 5원가량 올랐다. 지난해 말 974원8전에서 두 달도 되지 않아 130원23전 급등했다. 그만큼 원화 가치가 하락했다는 의미다.
국제금융시장의 위험 회피심리가 두 나라 통화의 향방을 갈랐다. 원화 가치는 작년 말 달러당 1172원50전에서 이날 1234원40전으로 크게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했다. 국제 유가 폭락,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반면 안전자산에 속하는 엔화 가치는 달러당 120엔에서 111엔대로 올랐다.
원·엔 환율이 2년여 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은 수출에 호재라는 분석이다. 일본의 금리 인하 등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로 인해 원·엔 환율은 지난해 5월 100엔당 890원대까지 급락해 한국 수출기업은 큰 타격을 받았다. 업계는 원·엔 환율이 10% 오르면 연간 수출액은 4.6%, 영업이익은 3.7%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엔화값 10% 오르면 한국 기계류 수출 8.7% 늘어
엔화가 한국 경제에 미친 위력은 컸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1996~1997년 초 엔화 대비 원화가치가 급등하면서 수출이 부진에 빠졌고 외환위기 충격을 키웠다”며 “국내 산업 성격상 원·엔 환율의 영향력이 원·달러보다 크다”고 설명했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한국과 가장 치열하게 수출 경쟁을 벌이는 국가는 일본이다.
엔저가 시작된 것은 약 4년 전이다. 2012년 초 100엔당 1500원대였던 원·엔 환율은 줄곧 내려 작년 5월 890원대까지 떨어졌다. 외환당국의 방어선으로 여겨졌던 100엔당 900원 선이 깨진 것은 일본의 통화 완화 정책 때문이었다. 엔화가치가 급락하면서 일본 업체의 가격경쟁력은 크게 회복됐다.
한국 기업엔 악재였다. 엔저가 극심했던 작년 1~4월 자동차산업의 수출 물량은 전년 동기보다 5.2% 급감했다. 지난달 한국의 수출 물량은 전년 동월보다 7.4% 줄어 6년8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나타냈다. 국내 기업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경기마저 좋지 않았다.
골칫거리였던 엔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완화됐다. 작년 말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원화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엔화는 최근 안전자산 인기 속에 강세로 돌아섰다.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했지만 엔화 강세를 막지 못했다.
원·엔 환율이 100엔당 1100원을 2년여 만에 돌파한 만큼 추가 상승 가능성도 거론 홱?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위험이 부각되는 등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달러 대비로도 원화는 약세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자동차 5사(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GM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의 수출이 4200억원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한 전문가는 “엔화 강세는 현대·기아차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서 큰 호재”이라며 “이에 따른 이익이 재투자로 이어지면 미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시적인 희망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일본이 추가 통화 완화에 나서면 엔화가치가 다시 하락할 수 있어서다. 박형중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일본과 경쟁하는 수출 물량이 실제로 증가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환율 효과는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미/강현우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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