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0일 바이오시밀러 EPO(Erythropoietin·빈혈 치료제)의 판매 허가를 위해 말레이시아에서 최종 실사를 나옵니다. 올 4분기 말레이시아와 한국 제품 등록 및 판매로 2016년 매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난 19일 경기도 수원 본사에서 윤재승 팬젠 대표(56·사진)를 만나 상장 추진의 이유와 앞으로의 성장 전략을 들어봤다. 경희대학교 유전공학과 교수인 그는 1999년 팬젠을 최초 설립한 이후 현재까지 바이오의약품 관련 사업에 집중해왔다.
팬젠은 올 4분기 자체 개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제품으로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 바이오시밀러 EPO, 올해 말레이시아 한국 허가 예상
팬젠은 세포주 개발, 생산공정 개발, 대량 생산, 제품화 등의 기술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세포주는 바이오의약품의 씨앗과 같다. 바이오의약품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특정 단백질을 만드는 세포주를 개발하고, 이를 배양 및 정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세포주가 있어야 좋은 바이오의약품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번은 2014년 생산용 세포주 개발 기술을 가진 세계 5대 기업 중 하나로 팬젠을 꼽기도 했다.
팬젠은 보유하고 있는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세포주에서부터 생산공정 기술이전, 위탁생산(CMO) 등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윤 대표는 "과거에는 세포주나 공정기술 만을 가져갔는데, 이제는 패키지 딜을 많이 한다"며 "팬젠의 이름이 알려지면서 고객사들이 개발기간을 줄이기 위해 한 회사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팬젠은 이제 자체 개발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추가 성장을 노리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한국에서 임상3상을 진행 중인 빈혈치료 바이오시밀러 EPO의 올 4분기 품목 허가를 기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국가의약품관리국(NPCB)은 다음달 20일,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3분기 실사를 예정하고 있다. 품목 허가가 나면 세계에서 두 번째 바이오시밀러 EPO가 된다.
윤 대표는 "일정상 한국보다 말레이시아에서 품목 허가가 더 빨리 나올 것같다"며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국도 의료 재정에 대한 관심이 크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했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오리지널약과 바이오시밀러 제품만 판매가 가능해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다.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약과 효능은 비슷하지만, 가격은 낮아 세계 각국의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팬젠의 바이오시밀러 EPO는 말레이시아의 국영 제약사 CCM, 태국 'S.Charoen', 터키 온코 등과 각국 판권 계약도 체결한 상태다.
팬젠은 또 혈우병 치료제 '팩터8'의 전임상을 진행하고 있고, 항암보조제인 바이오시밀러 'G-CSF'의 임상1상을 준비 중에 있다. 바이오시밀러 EPO 와 같이 임상 단계에서 참여를 원하는 기업 駭?언제든지 협력해 개발 비용을 줄이고, 판매망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 "2017년 흑자전환 예상"
윤 대표는 팬젠의 흑자전환 시기를 내년으로 보고 있다. 올해는 바이오시밀러 EPO의 품목 허가에 따라 매출이 지난해보다 크게 증가하겠지만, 팩터8 등의 전임상으로 연구개발비가 이익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본격적인 흑자전환 시기는 한국 말레이시아 태국 터키 등에서 EPO 매출이 발생하는 내년이 될 것"이라며 "2017년에는 큰 폭의 매출 및 이익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매출은 2014년보다 약 10%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순손실은 팩터8과 바이오시밀러 G-CSF 전임상 비용으로 소폭 증가할 것으로 봤다. 팬젠은 2014년 34억원의 매출과 2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팬젠은 코스닥시장 상장을 통해 187억5000만~247억5000만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공모 주식수는 150만주, 공모희망가는 1만2500~1만6500원이다. 오는 23일과 24일 수요예측을 거쳐, 다음달 2~3일 청약을 받고 11일 상장한다.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윤 대표는 "팬젠은 현재 개발 중인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설비는 이미 확보하고 있다"며 "설비 구축 및 공정 검증 기간이 필요하지 않아 공모에 성공한다면 예정대로 제품이 출시될 것"이라고 했다.
팬젠은 공모자금 대부분을 연구개발비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번 상장으로 개발 자금이 확보되면 바이오의약품 3종을 보유하게 돼, 명실상부한 바이오 제약사로 성장할 것이란 포부다.
올해 바이오시밀러 EPO에 이어 2018년 팩터8, 2019년에 바이오시밀러 G-CSF 출시를 예상하고 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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