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101' 김소혜 첫 투표서 11위 '이변'
대한민국 대표 걸그룹을 뽑는다는 캐치프레이즈로 방송되고 있는 '프로듀스 101'이 연일 화제다. 백한 명의 연습생들 중 단연 눈길을 끄는 소녀는 바로 김소혜(18)다.
지난 19일 방송된 Mnet ‘프로듀스101’에서는 첫 번째 순위 발표식이 진행됐다. 이날 자진 하차 연습생을 제외한 97명의 연습생들 중 36명이 무더기로 방출됐다. 먹이사슬을 보는 듯한 거대한 피라미드 속에 앉은 61명의 소녀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방송 전부터 대형 기획사인 JYP 출신의 전소미를 시작으로 이미 걸그룹으로 데뷔한 다이아 출신의 기희현, 김다니, 정채연, 남녀공학 출신의 허찬미 등이 61위에 안전히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인지도 최저, '연기자 전문' 엔터테인먼트 레드라인 소속의 김소혜는 달랐다. 춤, 노래 실력으로 F등급을 받았지만 방송 4회 만에 이변을 기록했다. 대중의 투표만으로 11위를 차지한 것.
이는 방송 초반부터 김소혜에게 편집이 집중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방송에 노출될수록 대중의 뇌리에 각인이 선명해지고, 긍정적으로 비춰질 수밖에 愎?상황이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김소혜의 '방송 지분'을 유독 챙기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동안 Mnet에서 방영됐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 '쇼미더머니' 등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바로 드라마다.
대중은 드라마에 열광한다. '흙수저', '금수저'론으로 세대 계층을 구분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네와 비슷한 가장 평범한 이의 드라마틱한 성공은 대중의 카타르시스를 해소한다.
여기에 대중을 '국민 프로듀서'라 칭하고, 소녀의 운명을 우리의 투표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은 방송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대중 유혹의 기술을 관통한다. '무엇 하나 모자라 보이는' 옆집 소녀를 아이돌 가수로 성장시키는 것과 같은 '판타지' 말이다.
편집점을 다량 보유했던 김소혜와 다르게, 제작진에게 편집과 이야기의 구성을 얻지 못 했던 매직프레쉬 소속의 박민지는 실력파가 대가 포진했던 A그룹의 유일한 탈락자가 되어야만 했다.
남은 61명의 연습생 중 제작진이 '긁지 않은 복권'은 다수다. 김소혜를 넘어설 매력의 소유자는 존재한다. 앞으로 방송에서 어떤 소녀가 주목을 받을지는 모를 일이다. 우리는 또 제작진의 벌여놓은 판에서 문자투표와 '악플'을 멈추지 않겠지만 '프로듀스 101'의 시청률은 계속 오를 것이 분명하다.
제작 당시 '프로듀스 101'은 일본 아이돌 그룹인 AKB48과 비교되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絹湧?인기도를 측정할 수 있는'총선거' 등을 실시해 무대에 설 멤버를 뽑는 방식으로 그룹을 운영해 왔다.
제작진은 포맷의 유사성에 대한 지적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단 이 프로그램이 대중에게 던지는 의미는 분명히 있다.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대형 소속사 혹은 제작진 개입의 유무를 배제해 보면 이 곳에 모인 소녀들의 꿈에 대해 우리는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평범한 직장인들 못지않게 자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치열한 경쟁에서 어제는 친구였던 이를 밟고 일어서야하는 상황은 놀랍도록 안쓰럽다. 방송이 아니었다면 백한명의 연습생과, 이들로도 꼽히지 못한 소녀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대중은 평생 몰랐을 테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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