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진석 기자 ]
"그라운드 브레이킹(ground breaking)". 획기적이라는 뜻이다.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것이 등장했을 때 쓰는 말이다. 르노삼성자동차의 신차 SM6에는 이 단어가 제법 잘 들어맞는다. SM6라는 이름부터 그렇다. SM5와 같은 중형 체급의 세단이지만 숫자는 이보다 높은 6를 붙였다. 준대형 세단인 SM7과 SM5의 영역을 넘나드는 숫자6에 숨겨진 의미다. 흥미로운 점은 이 의미가 빈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차체 크키만 봐도 알 수 있다. SM6는 길이가 4849mm로 SM5(4885mm)보다 짧다. 하지만 앞뒤 차축 간 거리는 SM7과 같은 2810mm다. 겉은 중형, 속은 준대형급이다.
안전 편의 사양도 그라운드 브레이킹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게 어색하지 않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액티브 댐핑 컨트롤 등 그동안 동급 중형 세단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첨단 기술들을 화려하게 배치했다. 대형 세단, 럭셔리 세단 수준의 품질 경쟁력으로 경쟁자들을 압도하고, 나아가 준대형, 대형세단을 구매하려는 고객까지 끌어오겠다는 당찬 전략이다.
르노삼성이 판매 부진과 경영 정상화를 향한 어려운 터널을 지나는 동안 꾸준하게 발전해온 경쟁자들과 다시 맞붙기 위해선 이 같은 초강수가 불가피했다. 절치부심 칼을 갈아야 했다. 르노삼성은 이제 시퍼렇게 날 선 검을 뽑아 들었다. 중형 세단 시장의 질서를 5가 아닌 6를 기준으로 새로 정립하려 한다.
SM6는 르노삼성의 모회사인 르노닛산얼라이언스 입장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 회사가 새로 개발한 모듈형 통합 플랫폼인 CMF-D플랫폼으로 만든 첫 차량이기 때문이다. SM6의 성공 여부에 따라 르노닛산의 미래 제품 경쟁력도 점쳐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소비자들은 다음달 출시를 앞둔 SM6의 등장을 반기고 있다. 이달 1일 사전 계약 개시 후 5일(영업일 기준)만에 4000대 계약을 넘어섰다. 이 추세라면 이달 말까지 1만대 계약도 가능하다. SM6의 등장으로 감소세를 보이던 중형 세단 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 영역을 넘나드는 SM6의 힘찬 질주는 이제 시작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h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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