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많은 대치동도 거래 감소
은마 94㎡ 석달새 3000만원↓
중계·하계동도 전세난 한풀 꺾여
살고있는 전셋집 재계약 늘어
기존 전세보증금에 월세 얹어
이사 다니기보다 '반전세 계약'
[ 김진수 / 윤아영 기자 ] 서울 시내 인기 학군 지역에서 신학기 개학을 앞둔 ‘학군 전세특수(학군 이사 수요)’가 사라졌다. 대표적 학군 선호 지역인 강남구 대치동은 예전과 달리 최근 2~3개월 사이 전셋값이 3000만~5000만원가량 내리고 거래량 감소와 함께 전세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 이달 수도권 담보대출심사가 강화되면서 매매 거래는 줄고 전세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는 당초 부동산 전문가들의 전망과는 다른 모습이다.
◆3개월 새 전셋값 5000만원 뚝
17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전월에 비해 0.1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월(0.55%)과 2014년 1월(0.29%)에 비해 오름폭이 크게 줄었다. 2013년 1월(0.17%) 이후 3년 만에 최저 상승률이다. 서울의 지난달 전셋값 상승률은 0.44%로 작 ?동월(1.06%)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4억3000만~4억7000만원이던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94㎡ 전셋값은 이달 3억8000만~4억1000만원으로 3000만~5000만원 내렸다. 또 대치 선경1차 전용 94㎡도 지난해 11월 7억5000만~8억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으나 이달엔 7억원에 세입자를 구했다.
강남구와 함께 강남3구로 불리는 서초구와 송파구 주요 아파트 전셋값도 약세다. 지난해 말 11억5000만~12억원까지 거래됐던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 116㎡는 최근 10억7000만원짜리 급전세가 나와 있다. 지난해 말 8억3000만~8억7000만원에 거래됐던 송파구 잠실리센츠 전용 84㎡ 전세 시세도 최근 8억~8억3000만원으로 3000만원가량 하락했다. 대치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 물량이 없어 가격이 크게 오르던 작년과 크게 다른 양상”이라며 “예년보다 매물은 많고 가격은 주춤한 상태여서 ‘겨울방학 특수’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강북의 학원 인기 지역인 노원구 중계동도 마찬가지다. 이달 중계10단지 주공 전용 58㎡ 전셋값은 2억8000만~3억원 선으로 두세 달 전보다 오히려 1000만원가량 내렸다. 이병희 중계동 월드공인 대표는 “새 학기가 다가오면서 수요만큼 전세 매물도 나오고 있다”며 “예전의 전세난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전세 재계약 늘고 학군 수요 줄어
당초 우려와 달리 강남권을 중심으로 방학 전세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선 건 먼저 세입자들이 기존에 살던 집을 재계약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면서 전세 이사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었기 때문으로 중개업소 湧?분석하고 있다. 자율형 사립고, 외국어고 등이 많아지면서 강남 인기 학군 지역을 선호하는 수요도 감소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대치동은 기존 전세보증금에다 월세 일부를 더해주는 거래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1월 113건이던 월세 거래가 지난달 177건으로 56% 늘었다. 중계동 월세 거래도 같은 기간 72건에서 97건으로 증가했다. 강남권인 위례신도시 입주가 본격화되고 빌라 등 아파트 대체 주택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도 겨울 전셋값 안정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연립·다세대 등 아파트 이외 주택의 준공 물량(국토교통부 기준)은 17만5000여가구로 2014년에 비해 14.1% 늘었다.
부동산업계에선 3월 이후 전세시장 동향을 올 상반기 부동산시장 분위기를 좌우할 주요 변수로 꼽고 있다. 신혼부부 수요와 개포주공 4단지 등 재건축 이주 수요가 주변 전세시장에 영향을 미칠 경우 전셋값뿐만 아니라 매매가격도 밀어올릴 수 있어서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대출 규제와 매매 감소로 전세난이 빚어질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면서도 “봄 이사철 수요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수/윤아영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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