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때 몰린 악재 한꺼번에 터질 수도"
vs
"각국 정책공조 빨라질 것…우려 지나쳐"
[ 심은지 기자 ] 설 연휴 기간 미국과 유럽, 일본 주식시장이 유가 하락과 금융 불안 탓에 곤두박질쳤다. 한국 주식시장은 설 연휴로 문을 닫은 까닭에 해외 증시 폭락의 직접적인 ‘충격파’는 일단 피했다. 하지만 설 연휴 이후에도 ‘안전지대’에 머물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는 분위기다. 유럽연합(EU) 재무장관회의(12일)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1월 의사록 공개(18일)처럼 시장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변수들이 줄줄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9일 한국경제신문이 주요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과 투자전략팀장을 대상으로 2월 주식시장에 대해 조사한 결과 설 연휴 기간 유럽→미국→일본을 강타한 글로벌 증시 연쇄급락의 충격이 2월 증시 내내 확대·재생산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설 연휴 마지막날인 10일에 열리는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하원 청문회 연설이 글로벌 증시 불안을 완화할지를 결정할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만약 Fed가 시장 기대를 저버리고 추가 금리 인상을 서두른다면 글로벌 증시가 걷잡을 수 없는 충격에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주식시장은 설 연휴 기간 반영되지 못한 각종 악재가 11일 개장과 동시에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충격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글로벌 주식시장 불안의 가장 큰 요인인 유가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유가 변동에 따라 요동치는 신흥국의 경제 기초체력 불안도 바뀌지 않은 만큼 한국 주식시장도 당분간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외풍에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글로벌 경기둔화 불안에 따른 충격이 지속되면서 주식시장 변동성은 계속 확대될 것”(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이라거나 “적어도 달러 강세 둔화의 중요 분기점이 될 3월 FOMC 이전까지는 불안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는 등 이달 증시가 대외불안의 ‘소용돌이’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뤘다.
반면 일각에선 글로벌 주식시장이 예상을 뛰어넘는 범위로 요동친 탓에 주요국의 대응과 정책공조가 빨라질 것인 만큼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낮추면서 다른 국가들의 정책 대응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오는 26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담과 3월 초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중국 정부가 자금 공급에 나서면서 위안화가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며 “국제 유가도 배럴당 3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쇼트커버링(매도한 선물을 다시 사는 것)이 이뤄지고 있어 추가 하락폭이 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 연휴 이후 주목할 업종으로는 화학·에너지 관련 주식을 꼽는 전문가가 가장 많았다. 신한금융투자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이 이구동성으로 화학·에너지주를 해외 주식시장 불안의 파고를 피할 수 있는 ‘방파제 안’ 종목으로 꼽았다. 저유가에 따른 수익성 개선세가 뚜렷하다는 이유에서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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