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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컥 낚이지 마세요! 하남·의왕·과천 등 그린벨트 땅 쪼개파는 '기획 부동산'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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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지을 수 있는 땅' 착각하게 해
그린벨트가 일반주거지역에 아주 조금만 걸쳐있어도
토지계획서엔 일반땅 표시 악용

3.3㎥ 50만~70만원 싼값 유혹
하남 감북 작년말 103건 거래…대부분 해제 가능성 없는 땅
내 땅이 어딘지 구분도 안 돼



[ 조성근/설지연 기자 ]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임야를 쪼개 파는 땅 분할 판매가 최근 크게 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30만㎡ 이하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위임하기로 한 것이 기폭제가 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현지 중개업소들은 이와 관련,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이 낮고 쓰임이 떨어지는 땅인 경우도 많아 매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과천·하남 등 땅 쪼개 팔기 성행

작년 하반기부터 과천 하남 의왕 등 그린벨트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임야를 여러 필지로 나눠 파는 이른바 ‘기획부동산업체’가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10만~20만㎡ 규모의 큰 땅을 사들인 뒤 500㎡ 단위로 구분해 판매하고 있다. 과천 갈현동 한성공인의 김상래 대표는 “과천에만 서너 팀의 기획부동산이 들어와 있다”며 “기획부동산이 광고를 많이 하는 탓에 투자 가치를 묻는 일반인의 전화 문의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기획부동산이 판매하는 임야 판매가격은 대부분 3.3㎥당 50만~70만원 수준이다. 그린벨트 내 전답의 호가(3.3㎡당 200만~300만원)보다는 낮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린벨트 땅 분할 판매를 주의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하남 감일동 귀빈공인의 박경애 대표는 “임야가 대부분인 땅(필지)이 1종 일반주거지역에 조금만 걸쳐 있어도 토지이용계획확인서를 떼면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나온다”며 “일반인들은 이곳에 집을 지을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고 말했다. 또 그린벨트 내 임야가 전답보다 가격이 낮지만 쓰임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싼값이 아니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임야,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 낮아”

기획부동산업체들이 파는 땅을 샀다가 낭패를 본 이들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그린벨트 내 땅 투자는 최근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하남시 감북동에서 작년 10~12월에 거래된 그린벨트 땅은 모두 103건이다. 이 중 임야가 96건이다. 면적이 500㎡ 전후로 비슷한 데다 지분으로 거래가 이뤄진 점이 특징이다. 기획부동산업체들이 땅을 쪼개 판매한 것으로 보인다고 인근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지방자치단체 담당자들과 일선 중개업소들은 기획부동산업체가 판매하고 있는 임야가 단시일 내 그린벨트에서 해제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오석천 과천시 도시계획팀장은 “공익사업용을 제외하곤 그린벨트를 해제할 계획은 없다”며 “쓰임이 있는 농지도 해제가 안 된 곳이 많은데 임야가 해제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최근 수도권 그린벨트 안에서 판매되고 있는 땅의 상당 부분은 쓸모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남 감일동 대한공인의 백창운 대표는 “설령 그린벨트에서 해제된다고 해도 개발 가치가 낮은 땅이 많다”고 지적했다.

개별적으로 권리행사를 할 수 없는 땅이 많은 것도 문제다. 지분 형태로 땅을 소유하는 까닭에 공유자 전원 동의가 없으면 자기 마음대로 땅을 사고팔 수 없다. 자신의 땅이 어느 부분인지도 특정할 수 없다.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들은 단속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하남시 관계자는 “피해를 막기 위해 기획부동산의 광고 문구를 조사해봤지만 확정적으로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불법행위라고 볼 수 없었다”며 “투자자들이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성근/설지연 기자 tru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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