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전 1위 메이디그룹과 손잡고 합자회사 설립
"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
[ 김정은 기자 ] 주방가전 제조업체 쿠첸은 국내 최초로 전기밥솥을 개발한 회사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선 쿠쿠전자에 밀려 늘 2위였다. 쿠첸은 중국에서만큼은 쿠쿠를 넘어서겠다고 나섰다.
쿠첸은 중국 1위 가전업체 메이디그룹과 손잡고 2조2000억원 규모의 중국 밥솥시장에 진출했다. 지난 1일 중국 광저우 푸산시에 있는 메이디그룹 본사에서 열린 합자회사(JV) 협약식에서 만난 이대희 사장(45·사진)은 “올해가 쿠첸 설립 40주년”이라며 “중국 공략으로 2020년까지 매출 1조원 회사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밥솥시장 공략
중국 밥솥시장은 메이디, 쑤보얼 등 현지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대부분 일반밥솥으로 200위안(3만6000원) 정도에 팔린다. 이 시장에서 몇 년 전부터 고가 전기밥솥 수요가 늘고 있다.
수십만원 하는 유도가열 방식의 한국 IH(induction heating)밥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사장은 “한국 밥솥은 국물 찜 등을 다양하게 조리할 수 있어 중산층 이상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쿠첸은 2013년부터 중국 시장을 두드렸다.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이를 뚫기 위해 메이디와 손잡은 것이다. 이 사장은 “중견기업인 쿠첸 혼자 힘으로 중국을 공략하기엔 역부족이었고, 메이디는 ‘프리미엄’ 제품이 없어 아쉬워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쿠첸보다 앞서 중국에 진출한 쿠쿠전자와 다른 방식이다. 쿠쿠는 중국에 직접 생산공장을 짓고 독자적으로 진출했다.
쿠첸은 57억원을 들여 메이디쿠첸유한공사(가칭)의 지분 40%를 취득했다. 이 사장은 4월 공동법인을 설립하면 중국 공략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쿠첸의 기술력과 디자인을 메이디의 생산라인에 접목하고 유통망도 같이 쓰기로 했다”며 “‘쿠첸’ 브랜드를 사용하는 게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메이디는 지난해 매출 26조4000억원을 올렸으며 중국에 2500개 유통망을 갖고 있다.
쿠첸은 중국인의 입맛에 맞춰 요리 기능을 추가하는 등 현지화한 제품인 ‘멀티쿠커 IH밥솥’을 하반기에 선보일 계획이다. 2018년까지 중국에서 매출 1000억원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남아·유럽 등도 진출 계획
이 사장은 몇 년 전부터 중국에 공을 들였다.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6개월간 현지에 거주했다. 중국에 자리잡은 다음 동남아시아와 유럽으로 눈을 돌릴 계획이다.
이 사장은 “200여개국에 진출한 메이디의 도움을 받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와 러시아 프랑스 독일 등 유럽까지 차근차근 진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밥솥시장은 포화 상태기 때문에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세계로 나가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부방그룹 창업주인 이동건 회장의 장남으로 2014년부터 쿠첸 대표를 맡고 있다. 이 사장은 “프리미엄 가전회사로 도약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주방뿐 아니라 다양한 프리미엄 가전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광저우=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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