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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인터뷰] 조환익 "지금이 에너지신산업 투자 골든타임…10조원 ESS 등에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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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사람 차병석 경제부장

사상 최대 이익내고 연임한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

에너지 신시장 창출로 한전 혁신 본격 나설 것
40년전 도입한 '징벌적' 요금누진제 고쳐야
산업용 전기값, 주택용보다 싸지만 올리기 어려워
올해 배당은 주주 실망 안 시킬 선에서 협의할 것



[ 김재후 기자 ] 몇 번을 물어도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은 “그냥 운이 좋았다”고만 했다. 한전은 작년에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아직 공식 집계가 끝나진 않았지만 영업이익은 4조원, 당기순이익은 10조원대라는 추정이다. 한전은 매년 수조원의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였다. 갑자기 알짜 기업으로 변신한 데는 이유가 있게 마련.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계속 싱거웠다.

조 사장은 2012년 12월 부임한 뒤 이듬해 곧바로 회사를 흑자로 돌려세웠다. 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경영 전문가도 아니었다.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출신인 전형적 관료였다. 세간의 궁금증은 그래서 더 컸다.

조 사장을 31일 전남 나주시 한전 본사에서 만났다. 그는 1월 초 연임이 확정됐다. 118년 한전 역사상 연임에 성공한 사장은 그를 포함해 지금까?세 명뿐이다. 그만큼 조 사장이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말을 돌려 10조원의 순이익을 어디에 쓸지 묻자 곧바로 ‘에너지신산업’이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많은 숫자를 쏟아냈다. 두 시간 가까운 인터뷰 내내 책상 위 자료에는 눈길을 거의 주지 않았다. 대부분의 수치는 이미 그의 머릿속에 있는 듯했다.


▷작년에 사상 최대 경영실적을 낸 배경은 무엇입니까.

“여러 가지로 여건이 좋았습니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발전 단가가 싸졌고, 전기요금을 현실화한 것도 있고요. 한전 본사 부지 매각대금도 입금됐습니다. 부지 매각대금을 제외하면 영업으로 거둔 이익은 4조원 정도였을 것으로 봅니다.”

▷여건만 좋아서 된건 아닌 것 같습니다.

“작년 경영혁신으로만 비용을 8000억원 정도 줄였습니다. 시스템 개발을 통해 인건비를 줄이고, 새는 돈을 막았습니다. 그동안 추진한 해외 사업 성과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고요. 해외 발전소 운영수익과 건설수익이 지난해에 1년 전보다 7000억원 정도 순증했습니다.”

▷공공기관 부채 감축 기조에 맞춰 이익은 부채를 갚는 데 상당 부분 쓸 계획입니까.

“한전은 6년 전부터 부채가 급증했습니다. 별도 회계기준으로 부채비율이 145%까지 치솟았어요.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환율도 급등했는데 전기요금을 못 올리게 했던 게 가장 컸죠. 2013년에 흑자로 전환하자 부채를 먼저 줄였습求? 작년에만 6조원 정도를 갚았어요. 지금 부채비율이 100% 정도인데, 연말엔 80%대로 떨어뜨릴 겁니다.”

▷이익이 많이 나서 전기요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이런 시기에 전기요금을 낮추면 ‘교각살우(矯角殺牛)’하는 꼴이 됩니다. 소뿔을 바로잡으려고 소를 죽여서야 되겠습니까. 대신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올해 정부와 협의하려고 합니다. 주택용 전기는 요금 부과 구간이 너무 많고 급하게 돼 있습니다. 여섯 단계인데, 사용량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전기요금이 급격히 오르는 징벌적 구조입니다. 1973년 1차 오일쇼크 당시 전기 절약을 위해 도입한 것인데, 4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대로 있죠. 누진제를 현실에 맞게 고칠 필요가 있습니다. 구간을 축소하고 요금 차이도 크지 않게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에 비해 너무 싸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보다 낮은 건 한국의 경제 구조가 제조업 중심인 특성도 있습니다. 국가 경쟁력과도 연결됩니다. 지금 검토하고 있는 건 없고, 연말에 원가 요인을 체크해 보겠습니다.”

▷올해 배당도 늘립니까.

“배당은 주주를 실망시키지 않는 선에서 정부와 협의할 것입니다. ‘이익을 모두 배당으로 써버렸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습니다.”

▷연임을 앞두고 있습니다. 경영 목표도 달라질 것 같습니다.

“누구든지 새로운 자리를 맡으면 혁신의 유혹에 빠집니다. 혁신을 위한 혁신이 瀏【?나옵니다. 한전 사장을 시작할 때 취임사에서 ‘한전을 사랑하러 왔다’고만 했습니다. 혁신의 ‘혁’자도 꺼내지 않았어요. 그땐 한전에 필요한 건 신뢰를 회복하는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무신불립(無信不立)’을 화두로 꼽았습니다. 그렇게 신뢰를 쌓고 소통했습니다. 소통이 되니 밀양 송전탑 사태처럼 불가능해 보이던 일도 해결했습니다. 연임 기간엔 본격적으로 혁신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어떤 혁신에 집중할 계획입니까.

“대한민국은 새롭게 먹고살 거리를 창출해야 합니다. 에너지 분야엔 무궁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 연임의 미션입니다. 그게 한전의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에너지 시장 창출이 혁신이란 얘기입니까.

“에너지신시장은 투자 회수가 오래 걸리기 때문에 민간이 시장을 창출하기 어렵습니다. 공기업인 한전이 먼저 투자해야 민간이 먹고살 시장이 생깁니다. 한전이 제주도에 전기차충전소를 세우자 현대자동차가 전기자동차를 생산하고 부품업체들도 생기고 하지 않습니까? 이걸 통해 시장을 형성하고 기술을 키워 해외로 나가자, 이런 게 혁신입니다.”

▷에너지신시장이란 게 정확히 어떤 걸 의미합니까.

“얼마 전 부탄을 다녀왔는데, 그 나라는 해발 7000m의 산이 있는 나라입니다. 거기에서 흐르는 물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 뒤 인도에 수출하는 걸로 먹고삽니다. 이게 국내총생산(GDP)의 5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전력 손실을 줄이는 게 얼마나 중요하겠습니까. 여기에 한전이 발전소를 건설하고 전력 손실을 줄이는 기술을 수출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게 신시장입니다.”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게 에너지신시장입니까.

“지난해 12월 파리에서 타결된 새로운 기후변화체제는 각국이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신재생에너지를 더 생산하고,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탄소포집기술로 이산화탄소 발생을 억제하는 겁니다. 이건 앞으로의 세계적 트렌드입니다. 신재생에너지는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가 뒤처진 상황입니다.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을 하기엔 우리 입지조건이 좋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한국과 한전이 잘하는 건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겁니다. 이건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 투자할 계획입니까.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건 단순히 발전소와 소비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전력 손실을 줄이는 것만이 아닙니다. 스마트그리드(전기의 생산, 운반, 소비 과정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효율을 높인 지능형 전력망)부터 마이크로그리드(좁은 지역에 독립적인 전력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에너지 자립 섬,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사업, 대용량 배터리 등을 모두 포함합니다. 한국은 높은 수준의 정보통신기술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걸 융복합해서 패키지로 파는 것이 신시장의 핵심입니다. 이게 가능한 곳은 세계에 한전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두바이를 스마트시티로 조성하는 사업을 수주했는데, 이런 게 에너지신시장입니다.”

▷공기업 혁신이 화두입니다. 공기업 개혁의 올바른 방향은 무엇입니까.

“공기업 혁신이 안 됐다고만 할 건 아닙니다. 공기업의 역弩?고려하면, 지금까지 굴러간다는 것은 어느 정도 혁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공기업 경영평가를 할 때 1년 단위로 한다는 것입니다. 공공기관은 공공성을 바탕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효과가 수년 뒤 나옵니다. 1년 단위로 평가하면, 이런 투자나 사업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고 위축될 수 있습니다.”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은…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은 관료를 그만둔 뒤 더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장관에 오르지 못하고 차관으로 관료 생활을 끝낸 뒤 한국수출보험공사와 KOTRA에 이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 등 ‘빅3’ 공기업 사장직을 모두 거쳤다.

그는 개각 때마다 산업부 장관 후보로 거론돼 왔다. 조 사장 스스로도 “딸아이가 10년째 장관 후보 명단에 오른 사람은 아빠밖에 없을 거라고 웃으며 말할 정도”라고 했다. 1월 초 한전 사장 연임이 확정된 비결에 대해 주변 사람들은 “조 사장은 장관이 안 된 게 오히려 경쟁력의 원천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조 사장도 이 부분은 어느 정도 공감한다. 차관으로 공직생활을 은퇴한 뒤에야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할 수 있었다. 그는 “당시 읽은 책과 글쓰기와 생각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줬다”고 했다.

△1950년 서울 출생 △서울대 정치학과,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 졸업 △행정고시 14회 △상공부 국제협력과장 △통상산업부 공보관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 △산謎?1차관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 △KOTRA 사장 △대한전기협회 회장(현) △한국전력 사장(현)

정리=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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