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두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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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뇨리지 효과는 독점적 발권력이 있는 국가가 갖는다. 한국은행이 5만원짜리 지폐를 찍어내면서 1000원어치의 종이와 잉크를 썼다면 시뇨리지 효과는 4만9000원이다. 지폐보다 동전은 제조비용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든다. 지난해에는 동전 제조비용이 540억원으로 전년(408억원)보다 32.4%나 늘었다. 담뱃값 인상으로 500원짜리 주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10원짜리 동전 하나를 만드는 데 38원이 들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역(逆)시뇨리지’다. 동전을 녹여 구리 등을 뽑는 범죄도 많았다. 동전의 재료는 구리 65%와 아연 35%로 구성돼 있다. 원자재값 부담이 자꾸 커지자 한국은행은 2006년부터 알루미늄에 구리를 씌워 만든 새 10원짜리 동전을 발행했다. 재료비를 줄이긴 했으나 시뇨리지로 볼 때는 여전히 고비용 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은이 올해 ‘동전 없는 사회(coinless society)’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금 결제시 거스름돈을 동전이 아니라 별도의 개인 카드로 받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현금 5000원을 내고 4500원짜리 물건을 살 때 거스름돈 500원을 받지 않고 가상계좌와 연계된 선불카드로 받는다. 이렇게 되면 동전을 쓸 일이 거의 없어진다.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의 ‘현금 없는 사회’와 비슷한 개념인데 2020년까지 구체적인 안이 나올 모양이다. 스웨덴의 현금 결제비중은 20% 안팎으로 여타 국가의 평균(75%)보다 55%포인트나 낮다. 현금 대신 신용, 직불카드와 금융거래 앱을 사용한다. 이런 사례를 활용해 관련 지급결제시스템을 정비한다면 우리도 못 할 게 없다.
차제에 화폐 단위를 조절하는 디노미네이션(통화단위 절하)까지 고려해보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1000원을 1환으로 조절해 달러와 비슷하게 맞추는 식이다. 그러면 국가 간의 통화 가치에 대한 인식 차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동전 제조비용 또한 그만큼 줄어들 것이고.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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