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한 때 7% 넘게 급등
러 석유장관 "내달 감산 협의"
사우디 아람코 "계획 없어"
산유국들 '죄수의 딜레마' 빠져
제재 풀린 이란도 논의 걸림돌
실제 감산 합의·이행 가능성 희박
[ 뉴욕=이심기 기자 ] 세계 1, 2위 산유국인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협의 소식에 국제유가가 최근 3주 이래 최고 수준으로 반등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산유국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는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어서 실제 감산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최근 원유 수출을 본격적으로 재개한 이란도 감산 논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3월물은 전날보다 2.9% 오른 배럴당 33.22달러에 마감했다. 북해산 브렌트유 3월물 가격도 이날 런던 ICE에서 2.3% 상승한 배럴당 33.85달러를 기록했다.
알렉산데르 노박 러시아 석유장관이 이날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에 “주요 산유국들이 2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 감산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으며, 사우디가 5% 감산을 제안했다”고 밝힌 것이 전해지면서 유가를 순식간에 끌어올렸다. 이날 장중에는 WTI 가격이 7% 급등하며 배럴당 34.75달러까지 솟구쳤다.
그러나 OPEC 대표단이 “내달 긴급회동 계획이 없으며, 5% 감산은 사우디가 아닌 베네수엘라와 알제리가 이전에 제안한 것”이라고 즉각 부인하면서 오후 들어 유가는 상승 폭을 상당 부분 반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과거 유가 급락 시 OPEC이 감산을 통해 가격을 유지했으나 최근 2년간은 감산과 관련한 어떤 시도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압달라 살람 엘바드리 OPEC 사무총장과 칼리드 알팔리 아람코 회장 등의 발언을 인용, 사우디가 외환보유액 감소와 재정수지 악화에도 불구하고 감산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우디의 목표는 국제 원유시장의 가격 결정권을 쥔 ‘스윙 프로듀서’의 지위를 되찾는 데 있는 만큼 저유가 상태를 유지하면서 경쟁업체를 고사시키는 기존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제이슨 보도프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연구소장은 블룸버그통신에 “러시아의 감산 협의 보도는 OPEC 회원국들의 반응을 알아보려는 떠보기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그러나 OPEC을 대표하는 사우디와 비(非)OPEC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 최근 국제 원유시장에 다시 등장한 이란까지 주요 산유국들이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있어 감산 합의는 물론 이행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중동 산유국들은 무엇보다 러시아가 2000년대 초반 당시 감산 결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번에도 러시아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을 갖고 있다.
러시아 내부에서도 겨울철에 원유 생산을 중단하면 유전지대가 얼어 재생산에 나서기 쉽지 않다며 감산에 반대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석유회사인 로즈네프도 “생산량을 오히려 늘릴 방침”이라며 감산 가능성을 일축했다.
외신은 감산 합의의 최대 난제는 최근 경제 제재에서 풀린 이란이라고 지적했다. 석유금수 조치가 풀리자 곧바로 생산량을 하루 50만배럴까지 늘린 이란이 공급과잉을 해소하려는 어떠한 논의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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