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위원장 선임' 친박과 충돌
"모욕·수모 견디며…" 불만 표출
[ 이정호 기자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4·13 총선 공천 문제를 놓고 당내 친박근혜(친박)계와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9월 안심번호공천제 도입과 공천제도특별위원회 구성 및 공천룰 논란에 이어 최근 공천 실무를 총괄할 공천관리위원장 선임을 놓고 친박계와 충돌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2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중장기 경제아젠다 추진 전략회의’에 참석해 “공천권에 발목 잡힌 국회의원에게 정치적 철학과 소신을 굽히지 말라는 뜻에서 내가 지금 온갖 모욕과 수모를 견뎌가며 100% 상향식 공천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전략공천 필요성을 제기하며 자신의 상향식 공천 방침을 비판하는 친박계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김 대표는 2014년 7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워 당권을 잡았다.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무산되자 정치적 마지노선으로 삼은 것이 후보자 간 경선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상향식 공천이다.
김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이후 당청 갈등 조짐이 나타날 때마다 청와대에 고개를 숙였지만 공천룰과 관련한 이견에선 강 戀構?대응했다. 2014년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개헌 필요성을 언급했다가 청와대가 반발하자 하루 만에 뜻을 접었다. 작년 6월 국회법 파동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맞서자 박 대통령 편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9월 김 대표는 여야 대표가 합의한 안심번호공천제를 청와대가 비판하자 “당 대표에 대한 모욕은 오늘까지만 참겠다”고 경고하는 강수를 뒀다.
김 대표는 친박계와 비박근혜(비박)계가 이견을 보인 공천 경선룰과 관련, 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최대 100%까지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안을 관철시켰다. 하지만 김 대표가 고수하는 상향식 공천제에 대한 친박계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친박계는 김 대표가 “전략공천은 절대 없다”고 하면서 전략공천과 다름없는 ‘험지출마론’을 제기하는 등 자신 스스로 원칙과 명분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공천관리위원장 선임을 놓고도 친박·비박 간 힘겨루기가 진행 중이다. 친박계는 적임자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한구 의원을 꼽는 반면 비박계는 김황식 전 총리, 이석연 전 법제처장, 김능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원외 인사를 밀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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