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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외탈세 꼼수 막아라"…G20 '조세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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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PS 프로젝트' 공조 탄력

수조원 매출 올리고도 세금 2%뿐
법인세 낮은 아일랜드로 본사 옮긴 탓
OECD 가입국 등 60여개국 참여
회계 등 거래정보 공개로 절세 차단
중견기업 '세금 폭탄' 역풍 맞을 수도



[ 이상은/나수지 기자 ] 당신은 방금 구글플레이에서 유료 앱(응용프로그램)을 샀다. 돈은 어디로 갈까. 구글 한국 법인? 본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정답은 구글 아일랜드 법인이다. 구글이 미국을 뺀 나머지 나라에서 벌어들인 돈은 모두 아일랜드로 간다. 구글 본사가 미국을 뺀 전 세계 영업권과 지식재산권을 모두 구글 아일랜드에 헐값으로 넘겼기 때문이다.

기업이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로 수익을 옮기면 세금을 덜 낸다.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은 1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다.

○발전하는 조세회피 기법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은 세금이 적은 나라에 세운 자회사에 이익을 몰아주는 방법으로 해마다 법인세를 합법적으로 덜 내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전체 매출 중 80%를 미국 밖에서 벌어들였는데 이 수익에 대한 세금은 2.4%만 낸 것으로 파악된다. 애플, 페이스북, 링크트인, 트위터, 마이크로소프트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세금을 피하고 있다.

IT에만 국한한 얘기도 아니다.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는 아일랜드 보톡스 제조회사 앨러간과의 합병을 통해 본사를 아일랜드로 옮기기로 했다. 자국에서는 ‘세금 바꿔치기’라는 비난이 쏟아지지만, 해당 기업에는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게 각국 조세당국의 공통된 인식이다. 지난해 말 터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세금이 빠져나가는 구멍을 막기 위한 ‘국가 간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BEPS)’ 대응 지침을 담은 보고서를 승인했다.

조정환 삼일회계법인 상무는 “G20 국가 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들도 순차적으로 새 규칙을 적용할 예정이어서, 참여 국가는 앞으로 60여개국에 이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이해하기 쉽게 ‘구글세’라고도 흔히 불리지만 사실은 애플이 원조다.


○‘조세 구멍’ 막으려 전 세계가 공조

하지만 아무리 꼼꼼히 탈세 구멍을 틀어막아도 법망을 빠져나갈 수단이 더 빠르게 진화하는 까닭에 다른 한 쪽에서는 법인세를 낮춰 기업을 유치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업체 딜로이트에 따르면 최근 5년 새 세계 143개국 중 36개국이 법인세를 인하하는 정책을 내놨다. 일본은 지난해 기준 32.11%(도쿄는 35.6%)인 법인세 실효세율을 올해부터 29.97%로 낮추기로 했다. 미국은 해외 생산기지를 본국으로 옮기면 법인세율을 35%에서 28%로 낮춰 적용한다. 영국도 2011년 28%에 달한 세율을 20%까지 떨어뜨렸다. 인도는 앞으로 4년간 법인세율을 30%에서 25%로 낮출 예정이다.

○국내 중견기업도 보고 대상

문제는 이 같은 글로벌 조세 전쟁의 가운데에 낀 국내 기업들이다. BEPS 관련 법안과 시행령이 작년 말 국회를 통과해 당장 올해부터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 중 해외 매출이 500억원 이상인 기업은 전부 국세청에 추가 보고를 해야 한다. 올 회계연도에 대한 자료를 내년 3월31일까지 통합기업 보고서 등 형식으로 제출해야 한다. 해외에 공장을 설립한 2차, 3차 협력업체 등이 주의해야 할 대목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했던 해외법인과의 거래관계 등을 정비해야 한다. 통합 회계정보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지금까지 관행대로 해외 법인 간에 차별화한 로열티·수수료 구조를 그냥 놔둘 경우 자칫하면 해외 조세당국에서 ‘세금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기업 정보가 더 많이 공개되면 한국 정부와 국세청도 더 세밀하게 기업 거래를 들여다볼 수 있다. 세금을 더 낼 여지가 커지기 때문에 대비가 필요하다.

■ BEPS

국가 간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기존 국제 조세제도의 허점이나 국가 간 세법 차이 등을 이용해 총 세금 부담을 줄이는 조세회피 행위. 2012년 공식 대응 필요성이 제기돼 OECD가 3년간 분야별 대응 조치를 담은 13개 과제 보고서를 작성했으며 G20는 OECD의 보고서를 작년 11월 최종 승인했다.

이상은/나수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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