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이 입수해 보도한 코레일의 ‘전국 기차역 지역 맛집 운영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기차역 입점 지역맛집은 6곳, 5억원 이상은 9곳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1월23일자 A1, 9면). 삼진어묵 부산역점은 2014년 입점하자마자 돌풍을 일으키며 지난해 135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성심당 대전역점은 54억원어치의 빵을 팔았다. 삼송베이커리 동대구역점은 8개월 만에 1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동네에서만 알려졌던 지역 맛집이 전국 브랜드로 부상한 배경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KTX역 입점이 결정적 계기였다. 삼진어묵이 대표적이다. 영도 사람들만 알던 어묵 맛이 부산역 입점과 동시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60여년 전 판잣집으로 시작한 지역의 한 영세가게가 이제는 직원 450여명을 거느린 중견기업이 됐다. 최근 신입사원 8명 모집에 지원자가 1283명이나 몰려들어 회사가 깜짝 놀랐다고 한다. 대전 성심당도, 대구 삼송베이커리도 KTX를 타고 떠올랐다. 이들의 ‘대박신화’가 알려지면서 제2, 제3의 삼진어묵, 성심당, 삼송베이커리를 꿈꾸는 맛집도 속출하고 있다.
전국을 반나절권 생활권으로 탈바꿈시킨 KTX 교통혁명이 아니었다면 생각지도 못했을 일이다. 어디 동네 맛집의 대박뿐이겠나. 최근 호남 KTX 개통이 몰고 온 지역 부동산과 산업단지 활성화 등 경제적 효과와 고용유발 효과 또한 막대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현상을 보고도 수도권으로의 역류 등 이른바 ‘빨대효과’ 타령이나 하는 이들이 아직도 적지 않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흔히 쇼핑, 의료 등이 그렇다지만 이는 지역 고유의 규제나 혁신 의지 부족이 문제인 것이다. 쇼핑만 해도 백화점, 대형마트가 입점하려 해도 동네상권 보호 등을 내세운 규제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의료 역시 울산처럼 KTX 개통을 계기로 지역 의료기관이 적극 대응하면서 오히려 환자수가 늘어난 곳도 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일본은 신칸센 역을 중심으로 혁신클러스터를 조성해나가고 있다. 우리라고 이렇게 못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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