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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전쟁 격전의 현장을 가다] "벤처 투자로 신기술 선점"…실리콘밸리 들어간 자동차 회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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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업들, 투자에서 성장동력 찾아라

자율주행·음성 인식 등 첨단기술 확보 경쟁 후끈

중국 상하이차 1억달러 조성, 1년여만에 5개사 투자
일본 혼다·도요타도 가세



[ 고경봉 기자 ] 글로벌 벤처캐피털이 밀집한 미국 실리콘밸리 팰로앨토의 샌드힐로드. 이곳의 대표 건물 중 하나인 ‘2882샌드힐로드’에 지난해 한 중국 기업 계열의 벤처캐피털이 입주했다. 당시 중국 벤처캐피털이 미국에서 벤처투자 펀드를 조성한 첫 사례로 주목받았다. 이곳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중국 대형 운용사나 알리바바, 바이두 같은 정보기술(IT)기업이 설립한 벤처캐피털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벤처캐피털의 모회사는 중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상하이자동차(SAIC)다. 상하이차 계열의 사익(SAIC)캐피털은 2014년 12월 1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5곳의 미국 벤처기업에 투자했다.


벤처투자에 나선 자동차 회사들

실리콘밸리가 세계 주요 제조기업이 미래 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 전장(戰場)으로 변했다. 자동차 분야가 대표적이다. 자율운행차와 V2X(vehicle to everything:자동차와 외부 IT기기 간 통신) 분야의 신규 먹거리를 찾아 글로벌 완성차업체가 모여들면서다. 경쟁사 인력을 빼내거나 유망 벤처를 직접 인수하던 식의 기술 확보 방식은 사라지고 있다. 대신 제조업체가 벤처캐피털이나 사모펀드(PEF)를 설립해 ‘투자’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중국 회사 중에는 상하이차의 뒤를 이어 현대자동차의 중국 내 합작파트너인 베이징자동차도 지난해 실리콘밸리에서 투자를 시작했다. 현대차와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일본 혼다자동차도 벤처 펀드 운용사를 세웠다.

중국 자동차 회사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다. 사익캐피털은 인공지능, 음성 인식기술 전문업체 등 5곳에 투자했다. 대규모 자동차 혁신센터를 설립, 피투자업체와 공동개발에 나서 콘셉트카(신기술을 보여주기 위해 개발한 샘플 자동차)까지 내놨다. 벤처펀드를 세운 지 1년 만이다. 사익캐피털에 근무하는 한국인 임원 최윤 심사역은 “자동차 후발국인 중국은 신기술 분야만큼은 앞서가야 한다는 절박감이 크다”며 “예전에 일한 한국 대기업과 비교하면 추진력과 속도가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인 일본 도요타도 가세했다. 사익캐피털 인근에서 연구센터와 벤처캐피털 설립을 한창 준비 중이다. 길 프래트 도요타연구센터 소장은 “자동차 신기술 외에 가정용 로봇과 헬스케어 등의 분야에도 적극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벤처투자, 15년 만에 최대

기업들의 벤처투자는 업종을 불문하고 확대되는 양상이다. 미국 벤처캐피털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 계열 벤처캐피털의 지난해 미국 내 벤처기跆塚?규모는 3분기 누적치(64억500만달러)만으로 2000년 이후 연간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최근 들어 글로벌 기업은 직접 다른 회사를 인수하거나 투자하는 대신 자사 계열의 벤처캐피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인텔이 작년 이후 인수하거나 투자한 42건 중 30건은 계열 벤처캐피털인 인텔캐피털을 통해 이뤄졌다. 상하이차는 지난해 18건의 기업 인수를 모두 사익캐피털에 맡겼다. 도요타와 GM도 10곳이 넘는 기업을 인수하거나 투자했지만 직업 인수한 사례는 각각 한 건에 그쳤다.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은 지난해 자체적으로 인수한 업체가 8건이었지만 계열 벤처캐피털인 구글벤처스 등을 통해서는 96곳을 사들였다.

게리 두슈니스키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산업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잡으려면 내부 연구개발(R&D)이나 단순 인수합병(M&A)에 머무르지 말고 투자와 협업을 통해 벤처 생태계 전체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도 글로벌 먹거리 확보를 위해 벤처캐피털 등 투자 전문 계열사를 설립해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2년부터 글로벌혁신센터(GIC), 삼성전략혁신센터(SSIC) 등 실리콘밸리의 투자전문 조직을 통해 스마트카, 전자결제, 가상현실 등 미래기술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앤서니 리 알토스벤처캐피털 공동대표는 “미국은 페이스북 구글 등 과거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받은 IT 대기업의 전·현직 임원이 큰 돈을 벌고나면 수백개의 마이크로 벤처캐피털을 설립하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팰로앨토=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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