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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거품' 부르는 유통구조] 백화점 옷값 50%는 매장 수수료…재고부담도 의류업체에 떠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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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값 주면 바보' 되는 옷값

거품낀 '정가'로 30%만 판매…할인·땡처리로 70% 소진

제조원가 3~4배 가격 매기는 '업태그' 관행 뿌리 깊어
잦은 세일로 소비자 신뢰 잃어



[ 임현우 기자 ]
“싸게 사서 좋긴 한데…. 이렇게 펑펑 세일해 팔 수 있다면 대체 이윤을 얼마나 남기고 있다는 걸까요?”

지난 19일 한 백화점에서 열린 ‘겨울상품 대전’에서 P사의 코트를 70% 할인해 9만원에 산 주부 배정연 씨. 그는 “정가에 파는 옷을 구입한 기억이 거의 없다”며 “몇 달 전에 나온 신상품도 금세 할인하니 정상가에 사면 손해보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배씨의 사례처럼 의류는 ‘제값 주고 사면 바보’라는 불신이 뿌리깊게 박힌 대표적인 품목으로 꼽힌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국내 의류시장에서 정상가에 팔리는 옷은 30%밖에 안 된다. 이후 백화점, 대리점 등 ‘1차 유통시장’에서 20~30% 세일을 한 뒤 아울렛, 인터넷 등 ‘2차 유통시장’으로 넘어가 50%, 80%, 90% 등으로 할인율이 높아진다. 이렇게 할인을 통해 소진풔?물량이 60%에 이른다.

◆백화점 옷값, 절반이 수수료

업계 전문가들은 옷값을 부풀리는 주범으로 왜곡된 유통구조를 첫손에 꼽는다. 유통업체에 내는 수수료가 너무 많고, 재고관리 부담이 큰 데다 제조·유통단계별로 발생하는 거래비용이 높아 제품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된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백화점 의류매장의 판매수수료율은 30%를 넘는다. 셔츠·넥타이 33.9%, 레저용품 32%, 잡화 31.8%, 여성 정장 31.7%, 란제리·모피 31.1%, 진·유니섹스 31%, 남성 정장 30.7% 등이다. 여기에 판매사원 인건비, 매장 운영비 등도 입점업체가 내기 때문에 실질적인 부담률은 50%를 넘는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 유럽 등 해외는 백화점이 제조업체에서 물건을 사다가 직접 판매하는 ‘직매입’ 체제지만, 국내 백화점은 판매수수료만 받는 ‘위탁매입’ 방식이어서 재고 부담을 제조업체가 진다.

흔히 가두점이라 부르는 대리점에서도 해외와 달리 대리점주가 언제든 반품할 수 있도록 계약하는 사례가 많아 제조업체가 재고를 책임지는 형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류업체들은 정가를 제조원가보다 3~4배 높게 매겨 팔기 시작한다. 실제 판매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표를 붙여놓고 마치 대폭 할인해 주는 것 같이 소비자를 현혹하는 ‘업태그(up-tag)’가 관행화돼 있다. 패션 컨설팅업체 MPI의 최현호 대표는 “백화점들은 편안한 ‘수수료 장사’에 안주했고, 의류업체에는 애초부터 재고가 남아돌 것을 감안하고 가격을 책정하는 관행이 뿌리깊게 박혀 있다”고 지적했다.

◆후진적인 ‘할인 관행’의 함정

해외 유명 제조·직매형 의류(SPA) 업체들은 신제품을 출시한 뒤 해당 시즌에 80~90% 이상을 팔아치우는 정밀한 상품 기획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백화점부터 아울렛까지 2~3년 이상 재고를 끌고 가면서 ‘할인, 또 할인’을 벌이는 국내 업체의 방식은 소비자의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내 업체 가운데 ‘착한 옷값’이라는 문구를 내걸고 정가 부풀리기를 자제하는 대신 할인을 최소화하는 시도에 나선 곳도 있었지만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의류업체들도 할 말이 없지는 않다. 한 업체 임원은 “백화점과 가두점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매출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요한 채널”이라며 “유통방식에 변화를 시도하고 싶어도 백화점 바이어나 대리점주의 반발이 워낙 거세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더 자극적인 할인율’을 내세워야만 옷이 팔리는 ‘세일의 덫’에 빠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정상적인 시장에서 재고 처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땡처리 등으로 넘어가는 일이 되풀이되면 결국 브랜드 이미지에 손상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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