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애시비 멍크 스탠퍼드대 글로벌프로젝트센터장
"연기금 덩치로 돈 벌던 시대 끝나…관료주의 벗어나야"
[ 고경봉 기자 ] “한국 연기금들이 글로벌 투자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우선 정치권력과 관료주의에서 독립해야 합니다.”
연기금, 국부펀드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애시비 멍크 미국 스탠퍼드대 글로벌프로젝트센터장(사진)은 지난해 12월21일 샌프란시스코 팰로앨토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연기금의 운용 독립성을 강조하며 “경쟁자들이 민간 전문집단인데 안 그러면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멍크 센터장은 2008년부터 블로그 등을 통해 세계 투자 전문가들과 교류하며 연기금의 지배구조 개선과 인재 활용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KIC) 등 한국의 주요 연기금과 국부펀드의 내부 사정에도 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연기금이 덩치(운용자산 규모)를 이용해 돈을 벌던 시대는 지났다”며 “지금은 세계 각국의 국부펀드 연기금과 끊임없이 경쟁하고 협업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경쟁에서 이기고 협업 과정에서 파트너로 适ㅉ檳?위해서는 민간기업처럼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는 게 멍크 센터장의 생각이다. 테마섹(싱가포르 국부펀드),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호주 퓨처펀드, 노르웨이투자청(NBIM) 등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주요 국부펀드나 연기금은 투자 전략과 성향은 제각각이지만 △정치인 배제(no politics) △투자 독립성(investment independence) △최고의 인재 확보( best professionals only)라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멍크 센터장은 최고경영자(CEO)가나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정치적 역학관계에 따라 선임되고 퇴진하는 한국의 국민연금과 KIC를 ‘구르는 돌(rolling stone:진득하지 못한 사람을 일컫는 미국식 표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구르는 돌처럼 불안정하고 체계적이지 못한 인사 시스템 탓에 국민연금과 KIC 등이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기금 경영진 인사체계의 모범사례로 CPPIB와 뉴질랜드 슈퍼펀드를 들었다. 이들 두 곳은 추천위원회에서 후보 명단을 추린 뒤 이사회에서 CEO와 CIO를 뽑는다. 추천위와 이사회에는 전·현직 정치인과 관료는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멍크 센터장은 “능력있는 실무 운용자를 뽑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아껴서는 안 된다”며 “비용을 줄이려다 외부 운용사에 더 많은 수수료를 지급하거나 운용 자산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실리콘밸리=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증권부 특별취재팀 이건호 차장(팀장), 샌프란시스코=고경봉 차장, 뉴욕=유창재 기자, 런던·암스테르담·밀라노=좌동욱 기자, 홍콩·싱가포르=안상미 기자, 도쿄=이현진 기자/염지원 ASK사무국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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