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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학교서 사라진 아이, 연락해도 "가정사 참견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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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소환제' 도입 등 사회적 개입 필요성 제기


[ 김봉구 기자 ] 경기도 부천의 초등학교 1학년 최모군은 2012년 4월 말 학교에서 사라졌다. 무단결석을 시작한 지 4년여가 흐른 지난 15일, 최군은 훼손된 시신으로 발견됐다. 아버지 최모씨(34)가 아들의 시신을 훼손해 집안에 수년간 냉동 보관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최씨의 경찰 진술을 요약하면 이렇다. 2012년 10월께 완력을 사용해 욕실로 끌고 가던 아들이 넘어져 의식을 잃었지만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최군은 한 달쯤 경과한 같은해 11월 사망했다. 진술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살해 혐의를 피하기 위한 거짓진술일 수도 있다. 다만 진술한 방치행위만으로 아동학대 혐의는 확인된다.

최씨의 말대로 최군이 그해 11월까지 살아있었다면 학교에서 자취를 감춘 뒤 약 6개월간 최군은 아버지에게 학대받으며 ‘집밖’에서 도움의 손길이 뻗쳐오길 바라다가 끝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 16kg 11살 소녀 발견 안됐다면 묻혔을 수도

앞서 감금된 채 아버지의 학대를 받다가 탈출해 작년 12월 발견된 16kg짜리 11살 소녀와 유사한 상황이다. 교육 당국은 이를 계기로 ‘장기결석 아동 전수조사’에 나섰다. 이 소녀가 발견되지 못했다면 최군 사건은 더 오랜 시간 알려지지 않았거나 영원히 묻혔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파장이 커지자 지난 17일 이준식 신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주재하는 첫 사회관계장관 회의가 열렸다. 교육부도 18일 장기결석 아동 전수조사 중간점검 결과를 부랴부랴 발표했다.

교육부는 파악된 초등학생 장기결석자 220명 중 112명에 대해 방문점검 했으며 나머지 108명에 대한 점검은 오는 27일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학생은 12명, 학대가 의심되는 아동은 8명이었다.

학교에서 사라진 어린 아이는 어떻게 이토록 오랫동안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방치됐을까.

담임교사는 어머니 한모씨(34)씨에게 전화해 최군의 결석 이유를 물었으나 한씨는 최군을 대안학교에 보내거나 집에서 가르치겠다며 연락을 끊었다. 담임과 학년부장 교사가 두 차례 최군 집으로 찾아갔지만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이후 학교는 최군의 집으로 출석독촉장을 두 차례 보내고, 해당 주민센터에 출석을 독촉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그래도 반응이 없자 학교는 더 이상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 손을 놓은 건 아니었지만 노력은 미진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은 무단결석 일수가 3개월을 넘어가면 ‘정원외 학적자’로 관리토록 했다. 최군의 학교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최군은 사실상 학교의 관리범위 밖으로 사라졌다.

◆ "내 아이 알아서 한다"…학교·교사 개입 봉쇄

학교 일선에선 근본적으로 학부모의 ‘가정?노터치’ 인식이 문제를 키웠다고 봤다. 학교나 담임교사가 무단·장기결석 등 미등교 학생에 대한 문의전화나 가정방문을 하려하면 최군 사례처럼 “가정사니 참견 말라”는 식으로 무시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강제력을 담보한 사회적 개입이 필요하며 우선 학교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등교 또는 문제행동 학생에 대한 학부모 상담제도를 의무화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미등교 학생이나 학부모를 행정적·사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교사의 가정방문 활성화, 아동학대 의심 학생에 대한 신체검사 허용 등 학교 현장의 개입 수위를 높이는 방안도 포함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 사건에 대한 입장을 내놓고 “담임교사 및 학교가 미등교 학생에 대한 실종 신고를 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학교와 지방자치단체, 교육행정 당국 간 유기적 협조체제를 가능케 할 개선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총은 특히 미국의 ‘학부모 소환제’를 참고할 만한 사례로 들었다. 학부모가 학교의 질문과 소환에 성실하게 응해야 하며 만약 불응할 경우 고발당하는 내용이 골자다. 특별한 이유 없이 학생의 90일 이상 결석을 묵과할 경우 2개월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다.

아울러 학부모가 자녀상담 등으로 학교에 갈 땐 유급휴가를 쓸 수 있도록 법제화할 것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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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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