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한 이사진 사퇴의 방법론이 불씨가 됐다. 학교 측은 잔여임기와 연령을 고려해 이사진 ‘순차사퇴’ 방침을 밝혔다. 그간 이사장 일면스님 사퇴를 줄기차게 요구해온 동국대 정상화를 위한 범동국인 비상대책위원회(범대위)는 “사퇴시한을 못 박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범대위엔 동국대 학부·일반대학원 총학생회와 교수협의회(교협), 총동창회가 참여하고 있다.
논란은 지난 11일 열린 이사회 결과에서 파생됐다.
동국대는 지난 14일 입장 자료를 내고 “법인 운영 공백을 막기 위해 순차적으로 사퇴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사회 안건 결의, 정관 개정 등에 일정 인원이 필요한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학내 혼란 수습을 위한 후속조치를 이행 중이다.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는 일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지홍스님이 사퇴한 데 이어 이연택 이사도 사퇴서를 제출한 상태다. 다만 조건부 사퇴 뜻을 전한 최대식 감사는 현재 사퇴 의사를 철회했다. 재단 관계자는 “전원사퇴 결정엔 ‘더 이상의 혼란을 야 銖舊?않는다’는 조건이 있었다. 법인도 당시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으므로 그들도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범대위는 같은날 ‘동국대 정상화의 길을 외면한 이사회 결정을 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에서 “임원 전원사퇴 결의가 대승적 결단이 아니라 궁지를 벗어나기 위한 임시방편이었다는 의구심을 부르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사장 자리에선 물러났지만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일면스님을 겨냥해 “임기가 적게 남은 이사부터 사퇴키로 함에 따라 혼란의 핵심원인 제공자인 전 이사장 일면스님이 가장 늦게, 그리고 언제일지 알 수 없는 시점에 물러나게 됐다”며 문제제기했다.
그간 학교 측 비판을 주도해온 한만수 교협 회장에 대한 중징계 방침을 굳힌 것도 문제가 됐다.
동국대는 “한만수 교수 징계 요청의 핵심은 동료교수 폭행 혐의다. 한 교수는 검찰에 송치돼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청구받은 상태”라며 보복성 징계절차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학교에 대한 비방, 이사장·총장 선임에 대한 부정적 의견 확산 등도 징계 사유에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범대위는 “한 교수의 징계를 강력 주장해온 일면스님을 교원징계위원으로 위촉한 점, 반면 논문 표절이 확정된 총장 보광스님의 징계는 유야무야된 점에서 공정성을 잃었다”면서 “학내 갈등의 최대 책임자인 일면·보광스님이 손잡고 보복성 징계로 교수들 입에 재갈을 물려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건 큰 착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범대위는 △이행기한을 명시하지 않은 이사진 순차사퇴 방침을 철회할 것 △교수 중징계 등 학내 구성원간 분열을 조장하는 조치를 거둘 것 △조계종단 종립학교관리위와 개방이사추천위는 빠른 시일 내 새 이사를 추천할 것 △일면스님은 이사직에서 즉각 사퇴하고 보광스님은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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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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