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지원
전세보증금 투자풀 도입
수십조원 '메가 펀드' 가능
금융위 "원금 보호장치 마련"
[ 박동휘/이유정 기자 ] 금융위원회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전세보증금 투자풀(pool)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반(半)전세 또는 월세 전환이 늘면서 세입자들이 돌려받게 된 전세보증금을 한데 모아 운용한 뒤 수익금을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수익률은 연 4% 안팎으로 잡고 있다.
이 제도는 금융위 자산운용과 사무관의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집주인이 전세를 반전세로 돌리면서 1억원가량의 여윳돈이 생겼고, 이를 어떻게 굴리면 월세로 충당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투자풀을 도입해 보자는 것으로 구체화됐다.
기본 개념은 간단하다. 돌려받은 전세보증금을 은행 말고 전문 자산운용사에 맡기자는 것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추산에 따르면 국내 전세보증금 규모는 360조원 수준이다.
최근 전세가 반전세로 전환되는 속도가 워낙 빨라 수십조원 규모의 ‘메가펀드’도 탄생할 수 있다는 게 금융위 판단이다. 전체 세입자 가구 중 월세나 보증부 월세의 비중은 2008년 45%에서 2014년 55%로 증가했다.
돈을 모을 기관으로는 한국증권금융 등이 거론된다. 증권금융은 대학기금 투자풀 운용사로 선정돼 경험 면에서 강점이 있다.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투자풀 하위 운용사가 펀드에 일정액을 넣도록 하는 등 전세보증금 원금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수조원 단위로 돈이 모이면 다른 금융상품 대비 훨씬 큰 장점을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인 게 저리 월세대출이다. 예컨대 집주인이 월세를 올려 달라고 하면 기왕에 위탁한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연기금투자풀 위원장을 지낸 한완선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원금 보장에 대한 약속뿐만 아니라 다른 원금보장형 금융상품에 비해 수익률 조건이 좋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규모가 커져 공격적인 운용이 가능해지면 연 4% 이상의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풀의 시초로 2001년 도입된 연기금 투자풀은 작년 2분기 총 수탁액이 19조1416억원, 연간 수익률은 3.5~4% 수준이다.
■ 투자풀
다수의 소액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한 바구니(pool)에 넣고, 이를 하위 운용사들에 맡겨 굴리는 일종의 재간접펀드. 연기금 투자풀과 대학기금 투자풀이 있으며 정부는 전세보증금 투자풀도 조성할 계획이다.
박동휘/이유정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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