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국정연설
젭 부시 "딴 세상 사나" 비판
"의도적 무시 전략" 분석도
[ 워싱턴=박수진 기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은 12일(현지시간) 신년 국정연설에서 북한 핵실험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국정연설 1주일 전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한 상황에서 의외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장에서 한 임기 마지막 국정연설에서 미국인의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을 주는 대상으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 이슬람 테러단체 알카에다 등을 적시했다. 그는 “미국은 악의 제국(evil empires)들보다는 (변화에) 실패하는 국가들(failing states)에 의해 더 위협받고 있다”며 그런 사례로 중국, 러시아, 시리아, 중동지역 등을 꼽았다. 중국에 대해서는 “중국 경제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역풍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IS는 아홉 번 거론했지만 지난 6일 수소폭탄 실험을 했다고 주장하는 북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감히 미국과 미국 동맹국을 공격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멸망으로 이르는 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오바마 행정부가 의도적으로 북핵 문제를 무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통해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과 미국을 향해 핵 위용을 과시하려 했지만 미국은 이를 의미있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동맹국에 대한 공격은 멸망에 이르는 길”이라는 점을 강조, 도발적인 행위에 언제든지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했다는 분석이다.
국정연설 후 미국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 주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대외정책을 집중 비판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트위터를 통해 “IS가 활개치고 있고, 탈레반이 전진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있는데 미국이 더 안전하다고? 오바마는 딴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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