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피하고 원서 마감시간도 제각각
수험생 혼란…'공통기준 도입' 필요성도
[ 김봉구 기자 ] 수험생 한유정씨(가명)는 2016학년도 정시모집에 원서를 내면서 혼란을 겪었다. 가·나·다 3개 모집군별로 연세대·중앙대·이화여대를 지원했는데 원서접수 마감시간이 오후 5~7시로 모두 달랐기 때문. 참고하려 했던 중간집계 경쟁률 공개시각도 대학별로 달라 당황했다.
수험생만 눈치작전을 벌이는 게 아니다. 대학들도 한다. 서울대와 원서접수 기간이 겹치는 것을 피하고 마감시간이나 중간경쟁률 공개시각도 제각각 정하는 게 대표적이다.
11일 대학들과 학원가에 따르면 이같은 ‘시간차 대입’은 각 대학이 우수 신입생을 뽑기 위해 ‘운영의 묘’를 발휘한 결과다. 그러나 정작 수험생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연고대 등 주요대학은 지난해 12월30일 일제히 원서 접수를 마감했다. 전날(29일) 원서 접수를 마친 서울대보다 하루 뒤 일정을 마무리했다. 다만 마감시간은 연세대·고려대 등은 이날 오후 5시, 서강대·성균관대·한국외대 등은 6시, 이화여대는 7시로 각각 달랐다.
수험생들의 대학 지원 여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마감 직전 중간집계 지원 현황 공개시각 역시 조금씩 차이를 뒀다. 연세대·서강대·한양대 등은 마감날 오후 3시, 고려대·성균관대 등은 2시였다. 한국외대는 정오로 빨랐고 이화여대는 5시로 늦은 편이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대학별 원서 접수 마감시간이나 중간경쟁률 공개시각에 별도의 룰(rule)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면서 “우수학생 선발을 위해 대학들도 눈치싸움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연세대와 고려대, 성균관대와 한양대 등 같은 모집군에서 비슷한 수준의 수험생을 두고 경쟁관계에 있는 대학들의 경우 중간경쟁률 공개에도 시차를 뒀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연고대는 라이벌 대학이다 보니 중간경쟁률 현황까지 동일 시각에 딱 발표해 직접 비교되는 건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영향이 큰 것 같다. 올해뿐 아니라 지난 수년간 발표 시간대에 차이를 두는 추세”라며 “성균관대와 한양대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가 주요대학보다 먼저 원서 접수를 마감하는 것도 ‘자신감의 표출’로 볼 수 있다고 입시전문가들은 귀띔했다. 접수 마감을 늦출수록 지원율은 오른다는 게 통설이다. 주요대학 입학처장들은 어느정도는 상호 입시전형 일정을 상의해 안배한다.
앞서 2015학년도 정시부터 서울대가 모집군을 나군에서 가군으로 변경하면서 연고대가 기존 가군에서 나군으로, 서강대는 나군에서 가군으로 연쇄 이동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오종운 이사는 “수험생 선택권 확대 측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연고대는 서울대를, 서강대는 연고대를 타깃으로 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이처럼 대학들의 다른 셈법이 반영된 ‘시간차 대입’이 수험생 혼란을 부채질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종우 한국진로진학교육학회 운영위원장(양재고 교사)은 “대학마다 중간경쟁률 공개나 마감시간이 달라 일일이 체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본·분교 통합 경쟁률을 발표해 헷갈린다는 수험생·학부모도 있다”며 “이를테면 입학요강에 ‘마감시간 몇 시간 전 중간경쟁률 공개’ 식으로 명시해 혼선이 없도록 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유기환 9개 대학 입학처장협의회장(한국외대 교수) 역시 “대학들은 좋은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보는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대학도 마감 직전에 지원자가 몰리는 것보다는 꾸준한 게 낫다. 수험생이 불편을 겪는다면 마감시간이나 중간경쟁률 공개시각 등을 어떻게 정리할지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9개 대학 입학처장협의회에는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등 주요대학 입학처장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교육부나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차원의 별도 가이드라인은 없다. 다만 교육 당국은 올해 입시부터 공통 원서접수시스템을 도입한 바 있다. 대입전형 간소화라는 취지 자체는 유사한 만큼 원서접수 마감시간, 중간경쟁률 공개시각에 대한 개선 의견도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종우 운영위원장은 “대교협이 공통기준을 마련하든 대학들이 합의해 시행하든 대입전형 절차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을 방지하는 방향으로 정리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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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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