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진석 기자 ] 현대자동차가 국산 최초의 친환경 전용차 ‘아이오닉’을 공개했습니다. 친환경 전용차라는 말은 플랫폼을 내연기관이 아닌 친환경차에 적합하도록 설계를 했다는 뜻이죠. 아이오닉 플랫폼은 향후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 개발에도 적용될 예정입니다.
현대차가 아이오닉을 통해 노리는 시장은 토요타의 프리우스가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한 컴팩트 하이브리드 시장입니다. 크기를 봐도 스펙을 봐도 딱 프리우스 경쟁자입니다.
지난 7일 아이오닉의 사전 설명회에 다녀왔는데요. 이미 인터넷에 도배가 되었기에 전체적인 정보는 그걸 보시면 될 것 같고 여기엔 제가 따로 주목해서 본 부분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일단 제가 아이오닉에 앞서 주목한 건 2016 워즈오토 세계 10대 엔진에 현대차의 PHEV 엔진이 선정됐다는 겁니다. 현대차가 워즈오토에서 10대 엔진에 선정된 지가 좀 된 것 같은데 다시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엔진이 친환경차 엔진이라는 건 좀 놀라웠습니다. 아마 PHEV 엔진이 워즈오토에 선정된 건 현대차가 처음일 겁니다.
워즈오토의 10대 엔진 선정 방식이 얼마나 객관적이고 균형적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현대차가 친환경 부문에 얼마나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지, 또 성 解?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다시 아이오닉으로 돌아가서 친환경 전용 플랫폼을 개발한 건 잘한 일 같습니다. 한 플랫폼으로 여러 차종을 만들면 원가절감도 되고 효율성도 높죠.
내연기관과 친환경차는 파워트레인부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전용 플랫폼이 있는게 좋다고 전 생각합니다. 오히려 좀 늦은 감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연비효율성과 함께 FUN TO DRIVE에도 중점을 둔 건 매우 반가운 일입니다.
일반적으로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중엔 "연비는 좋은데 운전의 재미는 없다", "힘이 딸린다", "다이나믹 실종" 이런 것들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배터리 모터 등 달고 있는 것도 많고 하니 움직임이 굼뜰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 쉽죠.
현대차는 이런 부분들을 잘 캐치해서 효율성도 좋지만 연비도 좋은 차를 만들려고 노력했다는 점을 인정할 만 합니다. 실제로 변속기는 6단 DCT를 썼고 후륜에 멀티링크를 달았습니다. 스포츠모드도 있죠. (참고로 프리우스 4세대는 더블위시본을 채택했습니다.) 물론 실제로 재미가 있는지는 타봐야 알 수 있겠죠?
아이오닉을 개발하면서 엔진의 열효율을 40%로 끌어올리는 성과도 냈습니다. 40%라.. 말이 쉽지 실제로 달성하기는 어려운 수치라고 하더군요. 가솔린 엔진으로는 30%대가 일반적입니다. 얼마전에 프리우스가 4세대를 내놓으면서 40%를 초과했다고 발표했었는데요. 혼다도 그런 것 같고요. 가솔린의 기술개발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 현대차의 친환경차 비전도 공격적입니다. 일전에 2020년까지 22개차종의 친환경차 라인업으로 글로벌 친환경차 2위 회사가 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1위는 물론 토요타겠죠?
오늘은 여기에 22+@를 제시하며 최소 4개차종 이상을 추가로 출시하겠다는 비전을 내놓았습니다. 강화되는 연비규제, 저유가로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흐름이기 때문이죠.
전기차는 오는 3월 소개하고 6월 출시한다고 하는데요. 동급 최고 전기차 주행거리를 실현하겠다고 예언(?) 했습니다. 드디어 완전 충전 시 200km 시대가 오는 것일까요?
아이오닉과 같은 컴팩트한 크기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도 내놓을 예정입니다.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의 외관은 전체적으로는 아이오닉과 같지만 부분적으로 차별화를 둘거라 합니다. 현재도 쏘나타와 쏘나타하이브리드가 부분적으로 다른 모습을 띄고 있는데요. 이 정도의 차별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을 내세우면서 DCT-TMED 시스템을 강조했습니다. DCT는 듀얼클러치변속기를 가리키는 말이고 TMED는 현대차가 2011년에 개발한 독자 병렬형 하이브리드시스템의 줄임말입니다. 독자 병렬형 하이브리드의 구조를 설명하기엔 너무 양이 많기에 특징만 설명드리겠습니다.
이 시스템은 장점이 엔진과 모터에서 발생한 힘을 큰 손실 없이 바퀴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구조가 다른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비해 간단한 것도 장점이죠. 그래서 복합연비 22.4km/L라는 높은 수치가 나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엔진과 변속기에 대해서 살짝 깊이 들어가보죠. 6단 DCT는 동력전달효율이 95.7%에 달한다고 합니다. 하이브리드 전용으로 개발됐고 초저점도 무교환 오일, 경량 소재 등을 적용했습니다.
엔진은 카파 1.6 GDI 엔진으로 고압축비 앳킨슬 사이클을 적용했고 출력이 105마력, 토크는 15kg.m입니다. 일각에서 왜 나중에 개발된 감마 1.6GDI 엔진이 아닌 카파엔진을 썼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는데요. 열효율 40%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감마보다 카파가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합니다.
이와 함께 파워트레인을 구성하는 구동모터는 영구자석형으로 단위 중량당 토크를 극대화 했습니다. 원형이 아닌 사각단면 코일 적용으로 집적도를 높였고 수냉식 냉각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효율성을 높이고 보다 원활한 열 제어를 할 수 있도록 개선한 것이죠.
고전압 배터리는 용량이 1.56KWh 입니다. 리튬 폴리머 배터리로 도요타의 니켈 수소 배터리와 다릅니다. 무엇이 더 낫는지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저는 안전성을 높인 것에 눈길이 갔습니다. 4중 안전설계로 충돌에 잘 견디도록 했습니다.
이제 디자인을 좀 더 살펴봅시다. 범고래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데 보시는 분들도 그렇게 보이시나요? 전 어느정도 수긍이 가더군요. 유선형 디자인이 공기역학적으로도 좋죠. 덕분에 공기저향계수가 0.24cd로 낮은 수준입니다.
정제된 선과 면은 깔끔하고 전면부의 헥사고날 그릴과 블랙 가니시를 적용해 그릴과 램프를 이어서 강한 인상을 줍니다. 전면부 하단에는 블루 라인을 넣어 친환경차의 정체성을 보여줍니다. 이 블루라인은 뒤에도 있습니다.
뒷부분은 해치백 차량의 트렁크 도어 부분에 블랙 컬러가 적용됐습니다. 실내는 컴팩트 차량인 만큼 공간활용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에 블루 라인이 역시나 친환경차의 정체성을 보여주고요. 대시보드를 얇고 길에 양쪽으로 뻗게 해 공간이 커보이도록 했습니다. 사이트 에어벤트, 즉 송풍구를 대시보드 양쪽 끝으로 밀어 넣은 것도 같은 효과를 노린 겁니다. 뒷좌석도 직접 앉아봤는데 여유가 있더군요.
아이오닉은 친환경 소재를 일부 적용했습니다. 목분과 화산석, 사탕수수 추출물을 10~20%섞어서 헤드라이너와 도어 파트에 적용했죠. 도어 손잡이에도 대두유 성분을 넣은 친환경 페인트로 칠했습이다. 아직 시작단계이지만 앞으로 친환경 소재를 확대해 적용할거라 하니 반가운 일입니다.
타이어는 미쉐린의 하이브리드용 타이어를 장착했는데요. 타이어 사이즈가 225/45/17입니다.
전시된 차량에 이 타이어가 달려 있었죠. 특이한 점은 이 타이어가 아이오닉을 위해 따로 개발된 전용타이어라는 겁니다. 현대차가 이 차 개발에 얼마나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썼는지를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전면부의 그릴도 개폐기능을 넣어 공기저항을 최소화했고 휠도 공기저항을 덜 받도록 모양을 바꿨습니다.
제가 또하나 인상깊게 본 것이 트렁크 용량입니다. 아이오닉의 트렁크 용량은 750L입니다.
배터리를 뒷좌석 아래부분에 넣어 트렁크공간을 확보했죠. 프리우스 4세대 신형 모델 자료를 찾아보니 트렁크 용량이 502L이더군요. 상당한 차이가 납니다.
물론 프리우스와 아이오닉은 뒷부분의 라인이 떨어지는 각도가 다릅니다. 프리우스는 수직에 가깝게 떨어지고 아이오닉은 완만하게 내려오죠. 때문에 용량이 차이가 있다 해도 실제로 짐을 싣기에 어떤 것이 더 좋은지는 직접 체험해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가격입니다. 아이오닉은 5가지 트림으로 정부의 하이브리드 세제혜택 후(취등록세 지원 포함 가격, 환경부 지원금 100만원 미포함 가격) 가격을 기준으로 2290만원~2780만원 都求? 프리우스(3세대)가 국내에서 3140만원~4100만원(세제혜택 전)인 것을 고려하고 취등록세 혜택이 차종에 따라 약 200만원 전후인 것을 고려해도 경쟁력이 있는 가격임엔 틀림없습니다.
즉, 종합적으로 봤을 때 아이오닉이 스펙 상으로는 프리우스에 견줄만 한 수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성능이나 가격 등을 봤을 때 말이죠.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아이오닉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친환경차 만으로 지금까지 누적 판매량이 700만대가 넘넙습니다. 이제 겨우 수십만대를 판매한 현대차와는 역사와 기술, 노하우 등 다양한 측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죠.
프리우스의 성능은 이미 검증이 끝났고 4세대 모델은 디자인마저 훌륭합니다. 도요타는 결코 쉽지 않은 상대이고, 프리우스가 쌓은 벽은 높습니다. 현대차는 이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렇기에 현대차의 아이오닉을 내놓은 현대차의 도전정신이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작게 보면 아이오닉과 프리우스의 경쟁이지만 크게 보면 디젤과 하이브리드의 주도권 싸움이기도 합니다. 아이오닉과 프리우스가 한국은 물론 북미시장에서도 멋진 경쟁을 하기 바랍니다. 실력은 경쟁하면서 쑥쑥 늘기 마련이니까요.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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