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 투자 지금이 적기"
진대제 회장이 이끄는 PEF 스카이레이크
업황 부진에도 전력설비기업들 사들여
상반기에 3000억 펀드 조성
"역량있는 중소 제조업체 추가 인수, 글로벌 경쟁력 갖춘 기업으로 키울 것"
[ 김태호/좌동욱 기자 ] ▶마켓인사이트 1월6일 오후 4시21분
사모펀드(PEF)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가 선박용 변압기 제조회사 KOC전기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와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인 진대제 회장(사진)이 이끄는 스카이레이크는 최근 들어 대기업에 전력 및 설비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 제조업체 경영권을 잇달아 인수하고 있다. 역량 있고 시너지를 확보할 수 있는 중소기업들을 합병시켜 중소 산업계 재편을 주도한다는 것이 진 회장의 투자 방향이다.
조선 기자재업체에 역발상 투자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스카이레이크는 최근 김두상 KOC전기 대표와 특수관계인들이 보유한 경영권 지분 약 70%를 인수했다. 인수금액은 약 770억원 수준이다. 부산에 있는 KOC전기는 선박에 사용되는 특수 변압기(몰딩 변압기)를 생산하는 업체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주요 조선사에 납품하고 있다.
업황이 좋지 않은 조선업 기자재를 생산하는 기업이지만 스카이레이크는 지금을 투자 적기로 봤다. KOC전기는 업황 부진 속에서도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한 업체다. 2014년 매출 690억원, 영업이익 10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6%, 22.4% 증가한 수치다. 앞으로 조선업황이 회복세에 접어들면 성장여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진 회장은 “조선업황의 회복시기를 3년 이후로 보고 있다”며 “KOC전기가 생산이 어려운 몰딩변압기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역점
스카이레이크는 앞으로 KOC전기와 비슷한 업체들의 추가 합병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PEF인 한앤컴퍼니의 시멘트산업 대형화 전략과 비슷하다. 이미 스카이레이크는 2014년 관련 업체인 우진기전을 12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우진기전은 육상용 변압기 등 전력기기를 생산하는 업체다. KOC전기의 해상 기술과 우진기전의 육상 기술 간 시너지가 가능하다. 여기에 추가로 동종업체를 인수해 중견 전력 기업 간 거래(B2B) 기업으로 재출범시킬 예정이다.
진 회장은 “향후 5년 안에 국내 산업에는 큰 한파가 닥칠 것”이라며 “보유하고 있는 자산은 빠른 매각으로 투자회수를 하고 대기 중인 자금은 역량 있는 중소기업 인수에 투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카이레이크는 앞서 전자인증 관련 산업에서 이 같은 그림을 보여준 바 있다. 지난해 국내 최초 민간 시험기관인 한국EMC, 가정용 전자기기 시험기관 IST, 전자파 유해성 시험설비를 보유한 EMC컴플라이언스 등 4개 기관을 통합해 KCTL이라는 회사를 출범한 것. 업계에서는 KCTL이 대형화되면서 시험·인증 분야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평가한다.
진 회장이 많은 산업 중 전력 B2B를 주력으로 선택한 이유는 성공적으로 매각한 에스아이티 역할도 크다. 2013년 인수한 전력 자동화 제어 시스템 업체인 에스아이티는 지난해 한화에너지에 매각했다. 스카이레이크는 이를 통해 300억원 이상의 차익을 남겼다. 구조조정과 전력 B2B 기업 거래의 성공이 이번 KOC전기 투자로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투자여력도 충분
스카이레이크 투자는 과거 정보기술(IT)과 통신 업종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산업 재편과 기업 구조조정 거래에 집중할 계획이다. 전력 B2B 외에 전자, 통신 부품 등의 분야에서도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우진기전 인수에 공동 투자자로 나선 새마을금고의 고위 관계자는 “스카이레이크는 LG전자에 주로 납품하던 중소기업의 판로를 삼성전자 등 다른 대기업으로 확대할 수 있는 경영 능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여력도 충분하다. 지난해 하반기 산업은행에서 1000억원의 출자약정을 받았고, 행정공제회 출자사로도 선정됐다. 올해 상반기 3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2014년 기준 스카이레이크의 총 운용자산(AUM)은 1조4000억원 수준이다.
김태호/좌동욱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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