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구 기자 ] ‘백척간두 진일보(百尺竿頭 進一步)’. 주요대학 총장들의 신년 출사표다. 총장들은 대학구조개혁 등 환경 변화로 인한 위기를 기회로 바꿔나가자고 강조했다. 제2, 제3의 창학으로 극복해 한국 대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다짐이 뒤따랐다.
4일 열린 각 대학 시무식에서 공개된 대학 총장들의 신년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위기 진단과 글로벌 경쟁, 새로운 도전으로 요약됐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신년사에서 작년을 “사회 수요에 맞는 인재 양성과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구조조정에 대한 요구에 직면해 대학의 존재와 정체성의 위기를 겪었던 한 해”로 규정한 뒤 “서울대는 겨레의 대학으로 국민들에게 찬란한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드려야 한다. 서울대와 서울대인은 대한민국의 10년 후, 20년 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020년 세계 20위권 대학’이란 구체적 수치를 제시했다. 서울대는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 세계대학평가 순위에서 2014년 31위로 20위권 진입을 눈앞에 뒀지만 작년엔 5계단 하락(36위)하며 주춤했다.
강성모 KAIST(한국과학기술원) 총장도 “우리는 그동안 쉼없이 도전했고 눈부 ?성과를 거뒀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학으로 성장했고 세계가 주목하는 대학으로 발돋움했다”면서 개교 50주년을 맞는 2021년까지 ‘세계 톱10 대학’ 도약에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올해 융합형 교육시스템으로의 학사조직 개편, 창업인재 양성 맞춤형 5년제 학·석사 통합과정 ‘K-스쿨’ 설립, 세계연구중심대학 총장회의 및 총장자문회의 개최 등을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이달 말 임기를 마치는 정갑영 연세대 총장 역시 재임 기간 대외적 성과로 세계대학평가 100위권 진입을 꼽았다. 그는 “2010년엔 QS 평가 140위권에 맴돌았지만 이제 100위권에 안착했다”면서 “요즘처럼 교육환경이 급변할수록 글로벌 명문을 향한 목표를 일관되게 추진해 아시아 선도 명문 사학의 위상과 학문적 수월성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2년 취임과 함께 제3의 창학을 비전으로 내걸었던 정 총장은 “제3창학의 사명은 특정 기간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4년간 새로운 리더십의 신임 총장을 중심으로 모두가 다시 한 번 연세의 비전을 가다듬고 사명을 되새겨 난관을 돌파해나가 자랑스러운 글로벌 명문으로 도약하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그간 제2의 창학을 추진해온 유기풍 서강대 총장은 ‘백척간두 진일보’란 고사를 인용해 “백척간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떨어져 죽을 수도 있지만, 거기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경지를 열어나갈 수 있도록 한 걸음 크게 내디디는 새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역설했다.
작년 각종 대학평가에서 약진한 성균관대 정규상 총장은 “대학간 치열한 글로벌 경쟁, 기술혁명에 따른 새로운 교육 트렌드 출현, 수요자로서 학생과 기업의 요구 증대 등으로 인한 위기는 대학이 새로운 도전을 통해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의 다른 이름”이라며 “준비된 자에게 위기는 없고 기회가 있을 따름”이라고 확언했다.
이어 새해엔 인성·융복합·소프트웨어 교육 강화, 연구력 제고, 글로벌 네트워킹 심화, 산학협력 대폭 확대, 경영혁신을 세부 과제로 한 ‘뉴 챌린지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영무 한양대 총장은 연구·산학협력 성과를 세상과 나누는 ‘나눔의 경영’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특히 세계 정상급 수준 연구(World Class Research)를 통한 △연구경쟁력 강화 △사회에 힘이 되는 산학협력 △연구의 글로벌화 및 융복합화 촉진을 되풀이 주문했다.
송희영 건국대 총장도 이날 학내 새천년관에서 열린 신년하례회에서 “개교 70주년을 맞아 성공적으로 새 시대를 열어야 하는 중요 기로에 서 있다”면서 “구성원 모두 힘을 합쳐 새로운 건국대 브랜드를 만들고 국제화 시대를 이끌어갈 정체성을 우뚝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표절 논란 속에 총장으로 선임돼 심각한 학내 갈등을 빚은 당사자인 동국대 한태식(보광스님) 총장은 새 다짐의 신년사를 냈다.
한 총장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만 보내고 있을 때가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각자의 자리에서 본분과 책임을 다하며 화합해야 한다”며 “작년에 136억원의 학교 부채를 갚았다. 올해가 건학 110주년이지만 화려한 기념행사 대신 조용하게 학교의 비상 컥?관행을 정상적 시스템 안에서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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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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