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규제·인위적 면세점 퇴출
'경제의 정치화' 오류의 기막힌 결과
시장이 더 정의로움을 받아들여야
조동근 객원논설위원 < 명지대 교수·경제학 >
야누스(Janus)는 한쪽은 과거를 한쪽은 미래를 바라보는 두 얼굴을 가진 신이다. 영어의 1월(January)이 야누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회고와 전망의 1월인 것이다.
2016년이 밝았지만 2015년을 냉정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는 사회’가 되고 만다. 실패를 성찰해야 변할 수 있다. 실패는 좌절이지만 ‘실패학(失敗學)’은 소중한 무형자산이다.
2015년엔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두 개의 사건이 일어났다.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대한 대법원의 합헌 판결과 개정 관세법 발효에 따른 기존 면세점의 인위적 퇴출 결정이 그것이다. 그 기저엔 인기 영합에 따른 ‘경제의 정치화’라는 근원적 오류가 존재한다.
지난해 11월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 휴일을 지정한 지방자치단체의 처분이 적법하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판결 요지는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등 영업규제 처분으로 달성될 수 있는 공익은 보호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공익이 무엇인지 모른다. 사람들은 서로 경합하는 이익을 추구한다. 그들은 규제당국보다 자신들의 이익에 정통하며 그 이익에 근거해 행동한다. 따라서 비(非)인격적 시장 말고 그 누구도 경합하는 이익의 균형을 잡아줄 수는 없다.
결국 공익을 정의하는 방식은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뿐이다. 규제가 정당화되려면 누군가 법을 위배해 유통질서를 어지럽혔음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대형마트가 위법을 저질렀다는 정황적 증거는 없다. 그렇다면 재량적 처분으로 ‘누군가를 유리하게 하고 다른 누군가를 불리하게 한 것’이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은 아닐 것이다.
골목상권 문제의 본질은 ‘과다 진입’이다. 골목상권 이외의 또 다른 생계 대안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규제 혁파를 통한 경제 활성화가 답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좌파적 국가개입주의의 손을 들어줬다. 시장이 결정할 자원 배분까지 개입하고 통제하는 것을 국가의 역할로 본 것이다. 이번 판결로 공익만 내걸면 영업의 자유와 소비자의 선택권은 얼마든지 제한해도 되는 것이 돼 버렸다.
2012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개정 관세법이 발효되면서 기존의 면세점 사업자도 5년 단위로 승인받아야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급기야 지난해 11월14일 기존 면세점인 롯데월드 타워점과 SK 워커힐점이 면허를 갱신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들 면세점에 고용된 2200여명이 실직 위기에 놓였다. 해고 대상 직원은 업체별로 파견된 판매사원과 청소 등 용역직원이 대부분이다. 재벌 규제의 불똥이 고용 약자에게 튄 것이다.
대량 해고가 예고되자 관세법 개정안을 주도했던 국회의원은 “이들은 중국어 등 외국어에 정통한 전문인이기 때문에 자력으로 제 갈 길을 찾아갈 것”이라고 했다. 기막힐 노릇이다.
관세법은 ‘면세점이 재벌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는 것을 시정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개정됐다. 이른바 ‘87체제’의 재벌 타령이 일을 그르친 것이다. 중국과 일본 등 인접 국가는 면세점 확대정책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나서는데 우리만 역주행한 것이다. 해외 명품업체의 한국 입점을 우리가 막은 것이다. 5년짜리 한시 면허를 보고 투자할 바보는 없다.
2015년은 저성장이 더 구조화된 해였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생산자원이 아니다. ‘경제’하려는 의지는 실종됐다. ‘경제 소프트웨어’는 시장경제 고유의 이념과 가치에서 유리된 지 오래다. 금리 인하와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성장을 추동할 순 없다. 태엽은 이내 풀리기 마련이다. 국가에 대한 의존이 타성화된 사회에 미래는 있을 수 없다. 정책과 사고의 반전이 절실히 요구된다. 피도 눈물도 없는 비인격적 시장이 재량적인 국가 권력보다 더 효율적이고 정의로울 수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부의 원천은 땀과 눈물이다. 국부(國富)는 투표함에서 나오지 않는다.
조동근 객원논설위원 < 명지대 교수·경제학 dkcho@mj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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