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리사 고, 유로화 약세 지속에 베팅…수익률 120%
존 아미티지, 유가 추가 하락에 '투자'…15억달러 수익
리 엔슬리, "애플주 하락" 적중…올 10억달러 넘게 벌어
[ 뉴욕=이심기 기자 ] 헤지펀드업계가 올해 -3%가 넘는 최악의 수익률로 고전하는 와중에도 빼어난 실적을 올린 스타 매니저가 속속 탄생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 유가가 반등하고, 유로화 약세가 진정될 것이라는 시장의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며 과감히 ‘나 홀로 베팅’을 감행해 억만장자 대열에 올랐다.
◆한국계 여성 매니저, 120% 수익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계 여성 투자가인 멜리사 고(48)가 올해 120%의 이익률로 6000만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30일 전했다. 지난해 5월 유로화 가치가 유로당 1.4달러 수준에서 연말 1.2달러까지 떨어진 이후 대부분 트레이더는 올해 유로화 가치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는 대세에 따르지 않고 추가 약세에 베팅했다. 또 원자재 가격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호주 달러와 브라질 헤알화 가치 하락에 투자해 막대한 이익을 냈다. 이 과정에서 최대 8배의 레버리지를 이용해 이익을 크게 늘렸다.
멜리사 고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월가에서 일찌감치 실력을 인정받은 트레이더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문을 닫은 세계 5위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의 신흥시장 매크로펀드를 운용하면서 2005년부터 3년간 연평균 25%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 10대 때 영어를 할 줄 모르는 상태에서 미국으로 이주했다고 WSJ는 전했다.
멜리사 고는 베어스턴스를 나온 뒤 자산규모 10억달러의 헤지펀드인 코브포인트캐피털을 차려 독립했으며 2년 전 펀드를 청산하고 자신의 돈을 직접 투자하고 있다. 올해 뛰어난 수익을 올린 결과 개인 자산이 약 1억달러로 늘었다. 그는 WSJ에 “내년에도 엔화 약세와 유럽의 부진을 점친다”며 “유로화 가치가 내년에는 달러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밖에 레이 달리오가 이끄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도 유로화 약세에 투자해 연초에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후 투자 실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6%의 이익을 내고 있다.
◆대세에 저항해 억만장자 된 투자자들
영국에 기반을 둔 헤지펀드 에거튼캐피털의 존 아미티지 창업자는 올해 “원유 시장이 더 큰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내다보고 유가 추가 하락에 베팅해 수수료를 제하고 15억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지난해 중반 이후 급락하던 유가가 올해 반등할 것으로 기대한 월가 트레이더들과 정반대의 길을 택한 것이다.
올해 유가 회복을 예상하고 에너지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에 투자한 다른 헤지펀드와 사모펀드는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로 폭락하면서 큰 손해를 봤다. 게다가 미국 중앙은행(Fed)은 월가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연말까지 계속 미루면서 매크로펀드의 수익률을 떨어뜨려 급변동 장세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온 헤지펀드의 명성을 무너뜨렸다.
월가 투자자들이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애플의 주가 하락을 전망해 대박을 터뜨린 헤지펀드도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매버릭캐피털의 창업주 리 엔슬리는 애플의 하반기 실적이 투자자를 실망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에 홀로 ‘반기’를 들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우회로를 찾았다. 그는 중국의 애플 부품공급업체를 공매도했고, 8월 중국 증시 폭락과 애플 매출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애플 주가는 하반기에만 15% 하락했고, 매버릭캐피털은 올해 16%의 수익률을 올리며 10억달러 이상을 벌었다.
WSJ는 이들의 성공에 영향을 받은 헤지펀드들이 ‘대세’에서 벗어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국 은행들이 혜택을 볼 것이라는 시장의 확신과 거리를 두려는 것이 대표적인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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