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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사상 초유 '허리띠 졸라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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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지출 14% 감축…휘발유값 67% 인상

올해 재정적자 역대 최대
연료보조금 대폭 삭감…고정환율제 폐지 가능성도



[ 나수지 기자 ]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올해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재정 적자를 냈다. 지난해 중반 시작된 저유가 흐름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사우디 정부는 연료보조금을 삭감해 국내 휘발유 가격을 최대 67% 인상하고, 내년 재정 지출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산유량 감축 대신 재정 긴축

사우디 재무부는 28일(현지시간) 올해 재정적자가 3670억리얄(약 117조7300억원)이었다고 발표했다. 건국 83년 만의 최대 규모로 사우디 국내총생산(GDP)의 15%에 달한다. 재정 수입은 6080억리얄로 2009년 이후 가장 적었다. 원유 관련 수입이 작년보다 23% 감소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정부 재정 수입의 90% 이상을 원유 수출에 의존한다. 이 때문에 유가가 떨어지면 국가 재정이 직격탄을 맞는다. 유가가 배럴당 10~30달러 수준이던 1983~2002년에는 2000년 한 해를 제외하고 19번 재정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와 올해도 마찬가지로 저유가에 타격을 입었다. 사우디가 중심인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미국 셰일오일 업셀?맞서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원유 생산을 줄이지 않아 지난해 중반부터 유가가 떨어졌다. 지난해 6월 배럴당 100달러 초반에서 거래됐던 유가는 이달 18일 배럴당 34.73달러까지 내려왔다. 2009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사우디는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재정 적자(GDP 대비 2.3%)를 기록했고, 올해까지 2년 연속 재정 적자다.

사우디는 그러나 원유 생산량을 줄여 유가를 부양하기보다 공공요금 인상 등을 통해 재정 수입을 늘리고, 지출은 줄이는 정책을 내놨다. 세계 최고 수준이던 연료보조금을 대폭 삭감했다. 이 영향으로 사우디 휘발유 가격은 29일부터 최고 67%까지 올랐다. 고급 무연휘발유는 L당 16센트에서 24센트로 50% 올랐고, 보통 휘발유는 12센트에서 20센트로 67% 급등했다. 사우디 정부는 전기, 수도 등 공공서비스 분야 요금도 앞으로 5년간 단계적으로 올릴 계획이다.

◆“고정환율제 폐지할 수밖에 없을 것”

사우디 정부는 내년 지출 규모를 올해보다 14%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적자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내년 재정수입이 올해보다 줄어든 5130억리얄 수준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사우디 재무부는 내년 재정 적자 규모를 올해와 비슷한 3262억리얄로 내다봤다.

사우디가 고정환율제인 페그제를 폐지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사우디는 지난 30년간 미 달러당 3.75리얄로 환율을 고정해왔다. 그러나 유가가 떨어지면서 통화가치 하락 압력이 커져 환율방어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전 사우디 중앙은행 자산관리 담당자 할리드 알스웨이렘은 28일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 외환보유액이 계속 지금과 같은 속도로 줄어든다면 곧 페그제를 폐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우디의 페그제 폐지는 내년 세계 경제를 뒤흔들 ‘블랙스완’으로 평가받는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이달 초 사우디가 페그제를 포기하면 유가가 배럴당 25달러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환율방어 비용이 줄어들면 사우디 정부가 산유량 유지 정책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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