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28일 외교장관 회담 앞서 국장급 협의
일본, 기존 입장서 한발 물러나
위안부 강제동원 불법성도 일부 인정하는 모습 보여
한·일'창의적 해결' 가시화
피해자 국가보상 마련할 새로운 기금 설립방안 검토
[ 전예진 기자 ] 한국과 일본은 27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국장급 회의를 열고 연내 타결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일본 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상처 치유를 위한 조치에 대해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모두가 만족하는 창의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해 올해 안에 잠정적인 합의안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책임 인정으로 가닥
이상덕 동북아 국장과 이시카네 기미히로(石兼公博)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수석대표로 참석한 이날 협의에서는 위안부 문제의 핵심 쟁점으로 지적됐던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 문제가 주로 논의됐다.
양측은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과 국가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가 그동안 “위안부 문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던 것에서 한 발짝 물러난 것이다. 이는 지난 11월 한·일 정상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를 조기 타결하기로 한 뒤 협상이 급물살을 탄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협의에서 한국 입장이 적극 반영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국장급 협의에 앞서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한) 우리 입장은 변함이 없고 앞으로도 변함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위안부 문제는 반(反)인도적 불법 행위로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윤 장관은 “우리의 적극적 노력으로 위안부 국장급 협의가 1년8개월간 지속되고 있고 이런 시점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여는 것은 시기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위안부 연내 타결 초읽기
일본 측은 위안부 강제 동원의 불법성과 관련해서도 일부 인정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은 일본이 책임을 인정할 경우 피해자에 대한 국가적 보상 조치 이행을 담보할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방안을 협의했다.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새로운 기금 설립 방안 등도 검토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아베 총리의 사과 편지 △10억원 규모의 위안부 피해자 지원 기금 설립 △내년 3월 ?middot;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타결 합의문 발표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이전 요구 등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이번 위안부 협상에서 피해자의 요구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1월2일 첫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가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고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을 조속히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더라도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면 소용없다”며 “가장 근본 문제인 국가적 책임 인정 부분에서 피해자들을 납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은 국장급 협의 결과를 토대로 28일 오후 2시 외교부 청사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열고 오후 3시15분께 외교부 3층 국제회의장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양국 장관의 공식 발언 외에 질의응답은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28일 오전 입국해 이 같은 일정을 소화하고 당일 밤 출국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이 기시다 외무상을 만날 가능성도 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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