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승욱 선임기자) 인터넷과 내비게이션, 전자레인지처럼 군용 기술을 성장동력으로 삼아 새로운 시장을 뚫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방산업계에 따르면 ADD가 무기를 개발하면서 획득한 특허 중 민간 기업으로 이전된 기술은 2012년 35건, 2013년 48건, 지난해 54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최근 2년간 군 기술을 활용한 민수품 11개가 나와 206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방산분야 매출까지 포함하면 330억원을 넘는다고 합니다. 돋보이는 기업들을 소개합니다.
에이알텍(대표 이성민)은 2012년까지만해도 개당 10만원 수준의 중저가 광통신 송수신 모듈을 만들었습니다. 2011년 취임한 이성민 대표는 2013년 8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로부터 넘겨받은 광통신회로설계 기술과 ADD로부터 이전받은 초고주파 회로설계 기술 등을 결합, 같은해 12월 세계 처음으로 40Gbps 80㎞ CFP를 개발한데 이어 2014년 9월에는 세계 최초로 100Gbps 80㎞ CFP를 내놓았습니다. 100Gbps는 3기가급 최신 영화 1편을 0.24초 내에 전송할수 있다고 합니다. 2012년까지 생산했던 4.9기가급 제품보다 속도가 20배 빨라졌고 전송거리는 기존 10㎞에서 80㎞로 연장되었습니다. 이 덕분에 판매 단가는 100배 이상 뛰었습니다.
에이알텍은 이같은 고부가가치 신제품으로 중 ?시장을 뚫었습니다. 통신장비업체 ZTE에 2014년 27억원 어치를 공급한데 이어 올들어 130억원 어치를 수출했습니다. 이 대표는 “최근 전송량이 두배로 늘어난 200Gbps 제품을 개발했다”며 “미국 등을 개척해 내년에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이쓰리시스템(대표 정한)은 2010년부터 적외선 검출기 개발과 관련된 4건의 기술을 ADD로부터 이전받았습니다. 육군 K-21 장갑차 조준경과 포병 관측장비 등에 들어가는 적외선 검출기를 제작, 2013년부터 지난 9월말까지 123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민수 분야에서도 주야간 감시카메라와 산업용 열상카메라 부품을 공급, 같은 기간중 31억원 어치를 팔았습니다. ADD의 비냉각형 적외선 검출기용 기술을 활용, 국내 최초로 비냉각형 적외선 검출기가 탑재된 스마트폰용 열화상카메라 ‘Thermal Expert’도 지난 11월 내놓았습니다. 내년부터 수출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정 대표는 “스마트폰용 열화상카메라 중에서 세계 최고의 성능을 갖췄는데도 기본 모델 가격은 1백만원 수준”이라며 “무게도 24g에 불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금형 주조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애니캐스팅(대표 김성빈)은 ADD의 기술을 이용, 레이더에 덜 잡히는 함정을 개발하는 분야에 진출했습니다. 소프트웨어 시뮬레이션을 통해 건조 중인 함정에서 반사신호가 크게 잡히는 수직구조물이나 직각모서리 등을 파악한뒤 형상 수정으로 반사면적을 줄이는 해법을 대형수송함 2번함을 제작하는 한진중공업과 차기 호위함을 건조중인 대우조선해양 등 7곳에 공급, 지난해부터 지난달까지 11억6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합니다.
3개 榮?ADD에 기술료로 그간 1억3582만원을 지급하고 322억6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로열티의 239배를 번 셈이죠.
ADD가 정부 예산으로 첨단무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얻은 국방과학기술은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는 국제 안보 환경에서 자주적인 방위역량을 구축,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존하는 것은 물론 국방예산 절감과 국산 무기 수출에도 기여하는 국가적인 핵심자산입니다.
이런 국방기술을 활용하려면 국방기술품질원이 운영하는 국방기술거래장터에 접속, 대상기술을 열람하고 기술이전 신청을 해야합니다. ADD는 기업에서 사업화를 추진할만한 2249개의 특허기술을 국방기술거래장터에 올려놓은 상태입니다. ADD가 기술이전 승인을 요청하면 방위사업청이 관련 기관과 부서의 검토의견을 종합한 뒤 승인 여부를 결정합니다.
기업은 ADD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을때 기술료를 내야합니다. 착수기본료는 기술개발비의 10%이내이며 경상기술료는 제품단위당 순 판매가격의 2~3%입니다. 중소기업은 기술료의 50%를 감면받고요. 다만 기술 이전을 통해 제작한 제품을 군이나 정부가 사용한다면 해당 기업은 기술료를 내지 않습니다. ADD는 2014년 1월 민군협력진흥원을 신설한뒤 국방기술의 민간 이전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ADD는 연간 20회 이상 지역산업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기술이전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ADD 연구원을 활용하는 기술도우미 제도를 통해 기술이전 업체를 지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ADD 관계자는 “향후 10년간 국방기술을 활용, 민수 분야에서 8900억여원의 매출이 예상된다”며 “국가 연구개발능력 제고와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술이전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끝) /s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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