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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청기 독자기술 가진 곳 전무…수입상 노릇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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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보청기 제조업체
귀 모양 틀만 만들거나 핵심부품 수입해 단순 조립

판매 허가만 받아도 대리점 가능
칩·마이크 등 기술 투자 대신 해외제품 판매에만 치중
소비자는 20% 비싸게 수입품 사



[ 조미현 기자 ] 미국 최대 보청기업체 스타키가 최근 국내 기업인 복음보청기를 인수했다. 스타키의 한국지사 스타키코리아는 그동안 금강보청기, 소리샘보청기, 조은소리보청기 등 국내 보청기업체를 꾸준히 사들이며 시장 점유율(약 30%) 1위에 올라섰다. 복음보청기는 전국에 14개 매장을 두고 있어 스타키코리아의 국내 시장 지배력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34만원에서 최대 131만원으로 보청기 보조금이 늘어난 것을 계기로 다국적 보청기업체들이 국내 보청기 시장 점유율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산에 안방 내준 보청기 시장

국내 보청기 시장은 외국 기업의 독무대나 다름없다. 국내 업체들이 해외 기업 진출에 속수무책인 이유는 지난 40년 동안 사실상 수입상 노릇만 했기 때문이다. 연구개발(R&D) 경쟁 대신 판매 경쟁에 집중한 탓에 자체 개발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보청기는 보청기 전체를 제어하는 ‘칩’, 소리 신호를 전기 신호로 바꿔주는 ‘마이크’, 전기 신호를 소리 신호로 바꿔 들리게 하는 ‘리시버’ 등으로 구성된다. 한국에서 이들 핵심 부품을 모두 개발할 수 있는 업체는 한 곳도 없다. 국내 제조회사들은 사용자의 귀 본만 제작하거나 칩, 마이크, 리시버 등을 수입해 조립·판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순수한 의미의 국산 보청기는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수입 제품 영업에만 치중하는 업계 풍토와 정부의 무관심이 보청기 제조 후진국을 낳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에서 허가한 전문가만 보청기를 판매할 수 있는 선진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보건소에서 의료기기 판매업 허가만 받으면 누구나 보청기를 팔 수 있다. 대리점 설치가 쉽기 때문에 업체들은 영업망 확대에만 집중했다.

제품 개발보다 판매에 무게를 둔 보청기 보조금도 업계의 기술 개발을 가로막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옛 지식경제부)는 2008년에야 국내 첫 보청기 칩 개발 과제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해외보다 비싼 보청기 가격

글로벌 기업보다 업력이 짧아 R&D가 쉽지 않다고 주장하는 업계 관계자도 있다. 세계 1위 보청기 기업인 덴마크의 윌리암드망은 1904년에 설립됐다. 하지만 1977년부터 등장한 국내 보청기업체들은 1967년에 문을 연 미국 스타키와 비교하면 특별히 업력이 짧은 것도 아니다. 뒤늦게 의료기기 산업에 뛰어들었지만 국산화에 성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아이센스(혈당측정기)와 디케이메디칼솔루션(엑스레이 장비) 등 다른 분야 국내 업체들과도 대비된다. 국내 보청기 업체들이 R&D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핵심 기술의 특허장벽은 계속 높아졌고, 글로벌 기업과의 격차는 더 커졌다.

수입 대체화가 이뤄지지 않아 발생하는 피해는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해외 보청기 업체들은 한국 판매 가격을 자국보다 20%가량 비싸게 매기고 있다. 보청기 보조금을 늘릴수록 시장지배력이 큰 외국 업체의 몫이 더 커지는 셈이다.

◆대기업 뒤늦게 뛰어들어

국내와 달리 해외 보청기 시장은 매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세계 보청기 시장은 지난해 82억5600만달러(약 9조7000억원) 규모였다. 올해에는 88억1600만달러로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6.9%씩 성장해 2020년에는 124억2000만달러(약 14조6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원천 기술이 없기 때문에 시장 경쟁력이 취약한 것은 사실지만 아직은 기회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기업이 강점이 있는 정보기술(IT)을 융합한 디지털 보청기가 시장의 주력 상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를 겨냥해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국내 대기업들도 스마트 보청기 개발에 뛰어들었다.

김수연 보건산업진흥원 연구원은 “보청기는 원가 대비 판매 가격이 높은 고부가가치 의료기기”라며 “이제라도 국내 보청기산업 육성을 위해 핵심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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