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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임명과 짧은 임기라는 한국 금융의 잘못된 모습이
고쳐지지 않으면 우리의 금융회사는 죽었다 깨어나도
'금융의 삼성전자'가 될 수 없다"

조명현 < 고려대 경영학 교수 chom@korea.ac.kr >



올 한 해 동안 한국 금융과 관련해서 가장 많이 회자됐던 말은 ‘우간다’이다. 다보스포럼으로 알려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의 금융 부문이 87위였는데 우간다가 81위였다. 매년 발표되고 또 금융 부문은 통상 낮은 순위였기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사안이었지만 대통령과 부총리가 금융개혁을 강조하며 이 순위를 언급한 것이 한국에서 우간다 논란을 불러일으킨 결정적 계기가 됐다.

많은 한국인들에게 우간다는 아직 독재와 후진이라는 단어로 기억되고 있는 나라다. 이런 나라에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인 대한민국의 금융 부문 순위가 밀린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코미디라고 생각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큰 충격이었다. 순위 선정의 방법론 등 여러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결과는 세계가 받아들이는 냉정한 현실이다.

한국의 금융 부문이 제조 부문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제조 菅??성장이 어려움에 봉착한 현 상황에서는 금융 부문이 향후 한국 경제의 성장에 상당한 역할을 해야 한다. 현재 금융 부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대 기여를 하고 있으나 향후 선진국 수준인 7% 정도의 기여는 해야 한다. 따라서 순위에 상관없이 금융 경쟁력 제고는 절대 필요하다. 그럼 왜 정권마다 외쳐 온 금융 경쟁력 제고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금융환경 문제와 금융회사 문제로 크게 나뉠 수 있을 것이다.

금융환경 문제는 시스템과 규제의 문제다. 한국의 금융시스템은 좀 과하게 말한다면 ‘부재’라는 단어가 어울릴 듯하다. 예를 들어 은행 간 금리(inter-bank rate)가 존재하지 않는 선진국이 과연 몇 나라이겠는가? 시스템이 아닌 사람에 의한 금융은 당연히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과잉규제 또한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지만 규제가 바로 관료들의 힘의 원천이기 때문에 규제 완화가 쉽게 되지 않는다. 따라서 규제 혁파는 관료의 변화를 통해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관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 금융당국 수장에 임명돼야 한다. 현 금융당국 수장도 규제 개혁을 통한 금융경쟁력 향상을 꾀하고 있지만 임기가 너무 짧아서 미완의 개혁으로 끝날 우려가 있다. 시간을 갖고 개혁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임기를 보장하는 시스템의 부재가 아쉽다.

그렇다면 금융회사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국가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바꾸는 작업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들부터 고쳐야 한다. 가장 뿌리 깊은 문제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의 선임이다. 정권에 매달려 내려오는 낙하산 관행이 근절돼야 한다. 산은금융, KB금융, 우리금융의 CEO 선임에 역대정권의 입김이 미치지 않았다고 믿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청와대가 한편으로는 금융개혁을 외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금융회사 수장을 낙점한다면 이는 개혁 진정성의 결여이며 커다란 모순이다.

낙하산이 아닌 능력 있는 인물이 금융회사 CEO로 선임되더라도 문제는 또 있다. 2년에 불과한 임기가 그것이다. 금융당국 수장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정도 임기로는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바꾸는 개혁을 수행하기 어렵다. 개혁을 위해서는 조직구성원 및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야 하고 변화에 대한 저항에 적절히 대처해야 하는데, 2년 만에 그만둬야 한다면 누가 그 힘든 개혁작업을 진행하겠는가? 2년간 적당히 현상 유지만 할 유인이 충분하다. CEO에게 충분한 임기를 보장해 주는 것이 금융회사 개혁 성공의 또 다른 열쇠인 것이다. 낙하산 임명과 짧은 임기라는 한국 금융의 잘못된 모습이 고쳐지지 않으면 우리의 금융회사는 죽었다 깨어나도 ‘금융의 삼성전자’가 될 수 없다.

올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새해에는 우간다가 아닌 금융강국 영국이나 싱가포르 같은 국가와 비교되는 한국의 금융이 되길 진심으로 고대해 본다.

조명현 < 고려대 경영학 교수 chom@korea.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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