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큰 재목이 될 만한 인물을 동량지재(棟梁之材)라고 부른다. 마룻대(용마루) 동(棟)에 들보 량(梁)이니, 건물의 힘을 가장 크게 지탱하는 뼈대다. 들보 중에서도 대들보는 기둥과 기둥 사이에 건너지르는 큰 들보를 말한다. 건물 중앙의 힘을 받쳐 주는 가장 중요한 구조물이므로 나무도 제일 좋은 것으로 쓴다.
한자로 들보 량(梁)은 물 위에 걸쳐 놓은 나무, 즉 다리를 뜻한다. 교량(橋梁)이라는 한자말도 여기에서 나왔다. 물의 이편과 저편을 가로지르는 다리처럼 가로축의 힘을 가장 크게 받는 게 대들보다. 주춧돌 위에 기둥을 세우고 중앙에 대들보를 달아 올리면 건물의 골격이 완성된다. 요즘으로 치면 콘크리트 골조가 완성되고 이후 내부 공사가 시작된다.
대들보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옛말도 많다. ‘기와 한 장 아끼다 대들보 썩힌다’는 말은 사소한 것을 아끼다 낭패 보는 어리석음을 빗댄 것이다. ‘노랫소리가 3일이나 사라지지 않고 대들보를 두르고 있다’는 요량삼일(繞梁三日)은 매우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의미한다. 손자병법 36계에 나오는 투량환주(偸梁換柱·대들보를 훔치고 기둥을 바꾼다)는 겉을 그대로 두고 본질을 바꿔 놓음으로써 승리하 ?전략이다. 대들보 위의 도둑을 점잖게 부르는 양상군자(梁上君子)도 유명하다.
이처럼 중요한 대들보를 올리는 의식이 상량식(上梁式)이다. 안전과 번영을 기원하는 글을 새겨 넣고, 떡과 술을 준비해 고사를 성대히 지내는데, 이때 ‘龍(용)’자와 ‘龜(구)’자를 함께 새긴다. 용과 거북이 ‘물의 신’이어서 화재를 막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저께 롯데월드타워 123층에 올린 대들보에도 ‘龍(용)’과 ‘龜(구)’자가 새겨져 있다. 7m 길이의 철골 대들보에 일반 시민들의 소망도 함께 적혔다. 오복을 내려 달라는 옛 문구와 달리 ‘대학 가게 해주세요’ ‘연애하게 해주세요’ ‘스트레스 안 받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등 애교 섞인 문구가 많아 시대 변천을 실감케 한다.
국내 최고층 건물의 대들보가 착공 5년2개월 만에 올랐으니 상량식 주제가 ‘가장 위대한 순간’이라고 할 만하다. 땅을 마련하고 대들보를 얹기까지 30여년이 걸렸다. 그런 만큼 감회도 남달랐을 것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한 해 200만명의 해외 관광객이 찾고, 2만여명의 고용 효과와 내수 활성화까지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 말처럼 한 기업의 차원을 넘어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우리나라의 국격을 높이는 랜드마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슈퍼개미]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