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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기업'이 가치도 높다…국민연금, 사회책임투자에 6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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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기업

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 고려해 종목 투자
글로벌 ESG 펀드, 수익률 시장 평균 웃돌아



[ 정인설 기자 ]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돈 잘 버는 기업보다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꾸준한 이익을 내면서 지속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착한 기업’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은 선택 아닌 필수

최근 들어 증시에서 최고경영자(CEO) 리스크와 경영권 분쟁, 비도덕적 행위 등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비재무적 요소가 악재로 작용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기적으로 반짝 성장하는 기업보다는 좋은 이미지를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이익을 내는 기업이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도 사회책임투자(SRI)를 강화하고 있다. SRI란 기업의 재무적 요소뿐 아니라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과 사회적 책임(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 이른바 ESG를 고좡?종목을 선별하는 투자 방식이다.

지난달 상장된 미국의 ETHO 상장지수펀드(ETF)가 대표적이다. 에너지 업종을 제외한 기업에서 탄소배출을 덜 하는 397개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투자 종목을 고르기 위해 5000개 이상의 종목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분석했다. 원유와 석탄 천연가스 관련 기업을 제외했다. 학계와 비정부기구(NGO) 등의 조언을 받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평가한다. SRI 관련 펀드들이 여러 과정을 통해 투자 종목을 엄선하면서 미국의 ESG 지수는 시장 평균을 웃돌고 있다.

한국의 국민연금도 SRI를 중시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SRI 투자 규모는 2008년 6000억원에 그쳤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증했다. 2011년 3조45000억원으로 증가한 뒤 지난해 6조2800억원으로 급증했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SRI 지수도 늘고 있다.

일본에서도 착한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 9월 ESG를 공적 연금 투자 기준에 적용하겠다고 밝힌 뒤 ‘돈 잘 버는’ 기업보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업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아베 총리 발언이 알려지자 세계 최대 공적 연금인 일본공적연금(GPIF)은 곧바로 앞으로 투자 종목을 고를 때 ESG를 주요 기준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다이요생명도 ESG 항목을 투자 때 반영하겠다고 했다.

사회적 책임의 변화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도 바뀌고 있다. 1990년대까지 각종 단체에 기부금을 전달하는 게 사실상 기업 사회공헌의 전부였다가 2000년대엔 직접 여러 봉사활동에 뛰어드는 형태로 변화했다. 최근 들어 기업들은 공동의 목표를 두고 외부 단체와 함께 사회 像鰥?기여하는 파트너십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임직원의 ‘프로보노’ 활동도 사회공헌 활동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프로보노는 미국 변호사들이 사회적 약자를 위해 무료로 법률 상담 등의 활동을 펼친 것에서 유래한 말로, 최근엔 전문 인력이 자신의 재능이나 기술을 소외 계층 등에 기부하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회적 책임의 다른 핵심 화두 중 하나는 인재다. 전경련이 225개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56%의 기업이 아동과 청소년을 최우선 고려 대상으로 꼽았다. 많은 기업이 어떤 활동보다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최근 들어선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이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2011년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경영학과 교수가 처음 주창한 이후 국내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기업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게 기업의 전통적인 사회적 책임이었다면 이제는 기업의 다양한 경영활동과 지역 사회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연관시키는 시대가 된 것이다. 더 이상 기업들은 본연의 업무와 무관한 구색 갖추기식 사회공헌 활동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들고,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세상에 유익한 활동을 펼치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

과거엔 임직원들이 일회성 봉사 행사를 열거나 연말에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는 식이었다면, 최근엔 지속 가능한 활동으로 바뀌고 있다. 사회복지시설에 단순히 퍼주는 것에서 벗어나 기업의 본업과 관련된 활동으로 발전하고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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