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리포트
국제유가 급락에도 복합 정제마진 상승세
글로벌 원유 수요 늘어나고 중국·중동 설비증설 늦어져
정유4사, 올 5조 영업익 예상
설비 고도화·비원유부문 강화
내년 이후 리스크 최소화 박차
[ 송종현 기자 ] 국제 유가가 연일 급락하고 있다. 미국의 원유 수출 재개와 이란의 증산으로 원유시장이 충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악재가 겹쳤다. 지난 주말 서부텍사스원유(WTI)와 두바이유는 배럴당 35달러 밑으로 내려왔다. 브렌트유는 37달러로 하락해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유 4사인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2011년 이후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부분 기업이 4분기에 2000억~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연간으로는 네 회사가 총 5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낼 것이란 게 업계의 예상이다.
영업이익 대폭 증가
2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원유 정제설비를 돌릴 때 발생하는 이익을 의미하는 복합 정제마진은 올해(12월11일 현재) 배럴당 평균 7.8달러로 작년(6.7달러)보다 1.1달러 증가했다. 정제마진이 전년보다 상승한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여러 유종 중 휘발유는 올여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4분기에는 전년 동기(13.6달러)보다 4.5달러 상승한 18.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 정유 4사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올 들어 3분기까지 정유 4사의 영업이익은 총 4조1890억원으로, 전년 동기(2706억원)의 15배 이상으로 늘었다. 실적 호조세는 유가가 급락한 4분기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업계 추정치 평균)는 각각 3157억원과 2449억원으로, 두 회사 모두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됐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작년에 각각 5376억원과 243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호재 겹쳐 유가 급락 악재 상쇄
유가가 하락하면 통상 재고평가 손실이 증가하고, 정제마진은 하락해 정유업계 실적은 악화한다. 그러나 올해는 정제마진이 높은 수준을 유지해 유가 하락 악재를 상쇄하고 있다.
정제마진이 고공행진하는 첫 번째 이유는 원유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석유 수요는 하루평균 9460만배럴로, 작년(9270만배럴)보다 2.02%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 20년간 평균 증가율(1.4%)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올해 1~3분기 내수시장의 석유 소비도 작년보다 3.2% 늘어났다.
유가가 급락하자 글로벌 주요 정유기업의 정제설비 증설이 미뤄지거나 중단된 것도 실적 개선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6월 IEA가 발표한 2015년과 2016년 증설 예정 설비 규모는 각각 하루평균 95만배럴과 150만배럴 潔駭? 하지만 타이오일 등 주요 글로벌 기업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 규모가 각각 70만배럴과 90만배럴로 감소했다. 이지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주로 중국과 중동 주요 기업의 설비 증설이 지연되거나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살얼음판 걷는 기분”
국내 정유기업의 이 같은 실적 호조세가 장기간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업계에선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달석 에너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초에는 국제 유가가 단기간에 워낙 급하게 떨어져 유가 하락이 소비 증가로 이어졌지만, 이런 추세가 내년에도 나타날 것이란 보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정유업계는 불황에 대비해 △수급처 다변화 △정제설비 고도화 △비(非)원유부문 강화 등에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중동 아시아 호주 이외 지역(아프리카 미주 등)의 수입 비중을 지난 2분기 12%(927만배럴)에서 3분기 16%(1404만배럴)로 늘렸다.
에쓰오일은 5조원을 들여 2017년까지 온산공장에 정유 및 석유화학 제품 생산을 위한 복합시설을 짓는다. 에쓰오일은 이 시설에서 올레핀 계열의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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