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일 서울대병원 교수팀
1㎥당 10㎍ 늘면 발생률 1.3%↑
한해 최대 3만건…사망자 늘어
60대 이상이 유발 위험 더 높아
[ 이지현 기자 ] 대기 중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 갑자기 심장이 멈추는 급성 심정지 환자도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초미세먼지가 호흡기 질환뿐 아니라 심장 질환에도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오세일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사진)팀이 2006~2013년 서울에서 발생한 급성 심정지 2만1509건을 초미세먼지 농도와 함께 분석했더니 초미세먼지 농도가 ㎥당 10㎍(마이크로그램·1㎍은 100만분의 1g) 증가하면 급성 심정지 발생률이 1.3% 증가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당 50㎍ 이상인 날은 ㎥당 10㎍ 이하인 날보다 급성 심정지 발생률이 13% 높았다.
급성 심정지는 심장 박동이 갑자기 멈추는 것을 말한다. 환자 대부분이 사망해 가장 흔한 사망 원인 중 하나다. 발생 시간과 방식을 예측하기 어렵고 사전에 증상이 없는 환자가 대부분이다. 국내에서는 급성 심정지가 한 해 2만5000~3만건 정도 생긴다.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가 5000명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5~6배 많다.
교수팀 연구 결과 각종 대기오염 물질 중에서도 초미세먼지가 급성 심정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당일보다 1~2일 뒤 급성 심정지 위험이 더 높았다. 여성보다는 남성이, 젊은 사람보다는 60세 이상의 고령 인구가, 정상인보다는 고혈압과 당뇨 등 질환이 있는 사람이 초미세먼지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당 50㎍ 이상인 날에는 급성 심정지 위험이 급격히 높아졌지만 국내 초미세먼지 환경기준은 연평균 25㎍, 하루 평균 50㎍이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50㎍인 날은 대기오염 수준이 ‘보통’이다. 국내 기준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인 연평균 10㎍, 미국 환경기준인 연평균 12㎍보다 높다. 한국도 초미세먼지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는 게 교수팀의 설명이다.
오 교수는 “초미세먼지는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 미만의 초미세먼지 입자이기 때문에 호흡기뿐 아니라 혈관으로도 흡수돼 뇌졸중, 심장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서울에서 생긴 급성 심정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것으로 국제 학계에 보고된 관련 연구 중 가장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심장학회지’ 최신호에 실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