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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사 '콕 찌르기'] 인류 문명을 움직인 것은 '편견 깨기'였다…자연에서 못크는 벼…인공 논농사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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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 박사의 '그것이 알고 싶지?' (3) 인류문명의 동력 '편견깨기'


‘세상은 편견으로 가득 차 있다.’ 맞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편견(偏見)이란 무엇일까요. 국어사전에는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라고 나와 있네요. 글자 자체가 ‘기울어질 편’이니, 단어 자체에 ‘무언가 올바르지 않은’ 정도의 뜻이 내포돼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떳떳한 행동은 아니지만 편견이 존재하지 않았던 사회는 인류문명사를 통틀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왜 편견은 없어지지 않는 것일까요. 그것이 옳지 않은 줄을 누구나 아는데도 말이죠.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편견’이 경제적이고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 사람은 쾌활?

예컨대 ‘이탈리아 사람’이라고 하면 우리는 ‘쾌활하고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며 사교성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탈리아 사람 모두가 이런 성격을 지닌 것은 아니죠. 이탈리아 사람 중에도 진중한 사람,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 수줍음을 타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특정인의 성격이나 성향을 파악하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랜 시간 함께 생활하고 주변의 평판을 수집하고 여러 가지 관찰을 마친 이후에야 판단을 내릴 수 있으니까요. 누군가를 판단하는 일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나서야 어렵게 얻을 수 있는 ‘정보’입니다.

편견은 정보 생성비용을 줄여줍니다. ‘그럴 것이다’라는, 대중이 어떤 지역이나 특정 인물에 대해 가지고 있는 느낌. 이것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정보입니다. 이 정보의 사용자는 ‘여럿이 그렇게 믿으니 이것이 거짓정보일 가능성도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널리 쓰입니다. 다만 겪고 나서야 비로소 ‘아, 내가 판단한 것과 실제 사이에 차이가 있구나’라고 깨닫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편견을 수정하기보다 다른 길을 택하죠. ‘이번은 예외일 것’이라고 넘어가는 겁니다. 이런 비논리적 행동의 배경에도 이유가 있을까요? 문제는 역시 ‘비용’입니다. 편견을 수정하는 비용이 ‘일부 예외적인 사례 때문에 범한 그릇된 판단과 행동에 따른 피해비용’보다 더 많기 때문이죠. ‘편견을 수정하는 비용’ 중에는 다른 사람 대다수의 견해와 맞서야 하는 심리적 비용도 포함됩니다. 편견이 바뀌려면 ‘예외’인 경우가 늘어나고 그것이 대중 사이로 널리 퍼지고 그런 인식이 사람들 마음속에 자리잡는 ‘길고 먼’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편견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편견이 기존 편견을 대체하는 것이죠.


편견은 정보를 싸게 얻는 방편?

편견은 정보를 가장 값싸고 빠르게 활용하는 방편이므로 없앨 길이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면 편견에 따른 실수라도 줄여야 합니다. 우리 가운데 누구라도 언제든지 편견에 따른 가해자와 피해자가 될 수 있으니까요. 사물이나 사건이나 인물을 한쪽에서만 보지 말고, 다양한 각도에서 올려다보고 내려다보고 뒤집어 봅시다. 말하자면, 정보 획득 방법을 다양화하는 겁니다. 편견을 순화한 표현으로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굳어진(고정) 생각’을 살펴보라고, 일단 여러분 대다수가 옳다고 믿고 있을 법한 고정관념 몇 가지를 다른 각도에서 지적해보겠습니다.

농업은 무조건 자연친화적이다?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벼는 자연 상태에서는 거의 자랄 수 없는, 자생력이 거의 없는 식물입니다. ‘논’이라고 하는, 자기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생육환경을 조성해줘야 겨우 생존이 가능합니다. 논은 특정 식물을 위해 자연환경을 매우 인공적 인위적으로 바꾸어놓은 시설입니다. 어떤 학자들은 그래서 ‘논은 자연이 아니라 기계다, 정말로 매혹적인 기계’라고 평가합니다.

돈이면 무엇이든 다 되는 사회는 나쁜 사회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죠. 여러분에게 충분한 돈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특정한 나라 출신이라, 특정 종교를 믿기 때문에, 특정한 정치적 신념이 있어서, 특정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원하는 서비스와 물품을 구입을 거절당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돈이 있어도 내 의사와 의지에 따른 생활을 할 수 없었던 것이 바로 노예제를 근간으로 성립했던 전근대적 사회의 일반적 특징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그래서 ‘화폐는 주조된 자유다’는 말을 하기도 했죠. 돈이면 다 되는 사회와 돈이 있어도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사회 둘 사이에서 여러분은 어떤 쪽을 택하시겠습니까?

일회용컵은 유리컵보다 환경파괴적?

‘일회용 컵은 환경을 파괴한다’는 이야기도 검토가 필요합니다. 고정컵을 씻는 데 들어가는 세제까지 감안하면 과연 어느 쪽이 더 환경친화적일까요? 일회용 컵이 ‘종이컵’이라는 것도 편견입니다. 네팔이나 인도 찻집에 가면 흙으로 구운 일회용 토기 찻잔을 사용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한 번 쓰고 부순 뒤 부스러기를 모아 다시 찻잔으로 빚어 재활용하죠. 인건비가 싸니 종이컵을 사다 쓰는 것보다 아예 찻잔을 만드는 게 효율적인 겁니다.

교통망이 발달하지 않은 0이집트에서는 ‘과즙 10% 오렌지주스’가 즉석에서 짜주는 100% 천연 오렌지주스보다 더 비쌉니다. 유통비용 때문입니다. 시대와 환경이 변하면 우리의 편견은 물론이고 상식조차 통용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편견에 따른 실수를 줄이는 또 다른 실천법도 있습니다. 편견이나 고정관념이라는 말 대신 가치중립적인 단어를 쓰는 겁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표현은 ‘평균적 이미지’입니다. 어떤가요, 기울거나 묶여 있지 않고, 자유로운 느낌을 주는 말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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