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잃은 면세점 현장의 고충 '고용 불안'
갈 곳 잃은 직원 "추운 겨울이 더 추워질 듯"
사진편집=김선호 기자/ 면세점의 5년 시한부로 인해 현장은 '고용 불안'의 우려를 내놓고 있다.
26년 가량 면세점에서 일했던 직원들이 있다.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현장에서 오랜 기간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이들이다. 몇 년 사이 중국인 관광객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업무 강도도 상당했으나 잔뼈가 굵은 탓에 버틸 수 있었다. 현장의 곳곳엔 이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어느 곳이나 '달인'이 존재하기 마련. 면세점 현장도 마찬가지다. 시내면세점의 특성상 주 소비층이 외국인인 탓에 응대 노하우도 상당하다. 각국의 해외 관광객마다 찾는 브랜드에서부터 제품군이 다양하기 때문에 맞춤 안내가 필요하다. 또한 브랜드마다의 특성을 파악하고 주력 제품의 물량 확보 등 글로벌 감각이 겸비된 경험이 바탕이 된 숙련 근무자의 요건을 갖춰야 하는 것.
사진=김선호 기자/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면세점 현장
물론 현장에서 '잔뼈'가 굵어도 가정에선 자녀들의 평범한 어머니다. 아침이면 따뜻한 국과 밥을 자녀들에게 먹이고 출근, 늦은 퇴근에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가면 오래 서있어 부운 발을 찜질하기를 몇 십 년. 가장인 아버지들도 그렇다. 매일 반복되는 면세점 개장에 맞춰 세세한 부분까지 현장을 점검하고, 한창 몰려오는 관광객 맞이에 여념이 없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나서 퇴근을 하고 나면 자녀들 웃음에 피로를 잊는다.
면세점에서 26년 가량 업력이 있는 C 씨는 "이제 갈 곳이 없어졌다. 면세점 5년 특허권 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시한부 인생이 돼버렸다"며 "다른 곳으로 자리가 옮겨지게 되면 자녀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들게 돼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자에게 되물었다. "저는 이제 어디로 가야합니까?"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C 씨는 왕복 4시간이 걸리는 면세점 현장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C 씨는 '고용 불안'으로 인해 자녀들에게 줄 '용돈'도 어떻게 해야 될지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미래를 장담할 수 없어 생계에도 여파가 생겼기 때문이다. 당장 다가올 크리스마스도 걱정이다. 화목해야 될 가정에 크리스마스도 어둡게만 느껴지고 있는 것.
해당 면세점에서 철수를 해야 되는 매장의 직원들도 동병상련이다. 곧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와 새해 시즌에 관광객들이 대거 방한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들을 맞이하는 매장 직원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브랜드 매장 직원 K 씨는 "이곳에서 오래 근무할지 알았 ? 생활도 안정되고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와중에 날벼락이 떨어졌다"며 "특허를 잃은 면세점 현장은 참혹하다. 각 브랜드 직원들도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 생기는 면세점으로 가게 된다고 해도 5년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5년 시한부와 다를 바가 없다"고 전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옛 말이 있다. 면세점 현장은 바로 그 말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면세점 사업권을 잃은 현장에선 걱정과 우려가 뒤섞여 있다. '5년 시한부' 직장에서 느끼는 '고용 불안'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내일 당장 무엇을 먹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아니다. 곧 사라질 면세점에서 내일 당장 어디로 출근해야 될지 불안한 이들. 현장에선 새로운 직장을 5년마다 알아봐야 한다는 불안한 '계약서'가 작성될 위기가 생긴 것. '정규직'으로 채용되어도 5년 시한부 면세점 특허 제도로 불가피한 '5년 계약직' 시한부가 된다.
이런 불안한 '고용' 문제는 곧 가정에 영향을 미친다. 주요 경제 활동 인구에 기대는 입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 면세점 근무 인원들은 무거운 발로 퇴근길에 올랐다. 그리고 내일 혹은 내일모레라도 직장이 옮겨질 수 있어 당장 오늘이라도 자녀들을 더 보기 위해 발이 저절로 서둘러진다. 매출 성과를 올려도 곧 사라질 매장에서 '실적'에 반영될지도 미지수. 관광객들의 방문으로 활기가 돋고 있으나, 이들의 마음은 타들어가고 있다.
더 이상 묵인할 수 없었다. 면세점 직원 15명이 자체적으로 1인 시위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달까지 서로 시간을 쪼개 입구 앞에서 '면세 5년 시한부 특허 폐지하라'를 외치고 있다. 시위를 하다보면 끼니를 놓칠 때도 있다. 그러나 "저는 어디로 가야합니까"를 묻기보단 "저는 여기에 있어야 합니다"라는 직원들의 애타는 목소리가 면세점 현장을 감싸고 있다.
사진=백진 기자/ '면세 5년 시한부 특허 폐지하라'를 외치고 있는 1인 시위 현장.
김선호 한경닷컴 면세뉴스 기자 fovoro@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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