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질병·사망 때 지급하는 자영업자의 든든한 버팀목
최대 연 125만원 절세효과…부도나도 공제금은 압류 제외
[ 안재광 기자 ]
인천에서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씨(37). 원래는 식자재 유통업을 했다. 2004년부터 10여년이나 이 사업을 했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지난해 같은 지역에 경쟁 업체가 생긴 뒤 매출이 뚝 떨어졌다. 곧이어 세월호 사건까지 터졌다. 추스를 새도 없었다. 다달이 적자가 나 유지조차 힘겨웠다. 그해 7월 그는 폐업을 결정했다.
곧바로 음식점 재창업에 나섰다.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빨리 시작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를 선택했다. 여기에 필요한 자금 1억원 중 3500만원을 노란우산공제금으로 충당했다. 그는 현재 지역 매장에서 매출 2위를 할 정도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김씨는 “장사하는 사람들은 늘 폐업에 대비해야 하는데 노란우산공제가 가장 현실적 대안인 것 같다”고 말했다.
소기업·소상공인 약 18% 가입
노란우산공제는 김씨와 같은 소상공인이나 소기업을 운영하는 기업인에게 버팀목이 되는 제도다. 월급을 받는 근로자가 퇴직하면 퇴직금을 받듯, 사업자가 폐업하거나 나이가 많아 사업을 접을 때(60세 이상, 10년 이상 납부 조건) 공제금을 받을 수 있다. 질병으로 인한 폐업, 또는 사망 시에도 공제금이 지급된다.노란우산공제는 납입 금액이 전액 적립되고 원금에 복리이자가 적용돼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 납입할 수 있는 금액은 월 5만~100만원이다. 이자율은 분기마다 달라지는데 올 4분기 기준 연 2.1% 수준이다. 폐업 등의 사유로 공제금을 수령할 때 공제금에서 납입 원금을 차감한 이자 부분에 대해 이자소득으로 원천징수한다. 이를 차감한 금액을 일시금 또는 분할금으로 선택해서 받게 된다.
2007년 9월 이 사업이 시작된 이후 가입자 수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노란우산공제 누적가입자 수는 2010년 5만명, 2012년 20만명, 지난해 4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달 60만명을 넘어섰다. 지금까지 전체 소기업 및 소상공인 사업자의 약 18%가 가입했다.
공제금의 90% 이상은 중장기로 운용된다. 올해 사업계획을 보면 운용자산의 약 70%를 채권에 투자했다. 지수형 주식연계증권(ELS) 등 주식 자산은 20% 정도다. 자산운용 누적총액은 3조6234억원(11월20일 기준)이다. 지금까지 폐업하거나 사망한 가입자 6만8744명에게 총 3761억원을 지급했다.
연 3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
소득공제 혜택도 크다. 연 300만원까지 소득공제가 가능하다. 기존 소득공제상품과 별도다. 소득공제 한도인 월 25만원을 내면 소득에 따라 최대 125만원까지 절세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한도를 꽉 채워 납부(월 25만원)하는 사업자가 전체 가입자의 43.5%에 이른다. 월 25만원을 넘게 내는 사람도 17.5%에 이른다.
소득공제 혜택 한도를 높여주는 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홍지만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9월 중소기업청 국정감사 때 “일본은 납입부금 한도 84만엔(약 815만원)을 전액 소득공제해준다”며 “우리도 500만원 정도까지 한도액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소득공제 한도를 500만원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지난달 대표 발의했다.
부도나도 압류 안 돼…상해보험금도 지급
사업하다 부도가 나도 공제금은 압류되지 않는다.
인천 남동산업단지에서 23년간 전자부품업체를 운영하던 표모씨는 무리하게 설비 투자를 하다 2011년 부도를 냈다. 16억원의 빚을 지고 회사는 문을 닫았다. 집과 땅 등 모든 자산이 압류됐다. 하지만 노란우산공제회 공제금은 압류에서 제외됐다. 그는 “폐업하면서 받은 공제금을 아껴 생활비로 쓰면서 부품 특허를 취득하는 등 재기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월부금의 150배까지 상해보험금이 지급되는 것도 혜택이다.
부친에게 가업을 넘겨받아 경기 광주에서 금속부품 가공업을 하는 이모씨는 2013년 사고를 당했다. 일손이 달려 공장일을 거들던 중 미끄러져 척추가 골절됐다. 이듬해 8월 그는 노란우산공제를 통 ?후유장애 보상금 500만원을 받았다. 이씨는 “근로자들은 다쳤을 때 산재보험을 통해 보상받지만 사업주는 비용 부담 때문에 보험을 안 드는 경우가 많다”며 “억울한 마음이 들 뻔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노란우산공제에서 보험금을 줘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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