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외국인 2조3000억 넘게 팔아
삼성전자 3조 넘게 팔며 매도 1위
기아차·LG화학·SK이노베이션 등
변동성 낮은 대형주 집중 매수
[ 김우섭 기자 ] 한국 유가증권시장에서 4년 만에 ‘팔자(연초 이후 순매도)’로 돌아선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차(자동차)·화(화장품)·정(정유·화학)’의 대형주를 담고 제약·바이오, 유통 중심의 중형주를 내다 판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들어 급격한 유출세를 보이고 있는 외국인 자금의 향방은 15~16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종료 시점(내년 1월29일)을 전후로 안정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다.
◆유통·바이오·제약 등 중형주 ‘팔자’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3037억원어치(지난 11일 기준)를 순매도했다.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의 재정위기가 있었던 2011년(-7 ?954억원) 이후 처음으로 연간 기준 순매도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중형주(시가총액 101~300위)를 집중적으로 내다 판 반면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형주(시가총액 1~100위)를 3조644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네이버(8447억원)와 한국전력(7570억원)이었다. 삼성전자는 -3조4356억원으로 외국인 순매도 1위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LG화학(3위)과 SK이노베이션(6위), 롯데케미칼(9위) 등을 1조7333억원어치 순매수한 정유·화학업종이 눈에 띄었다. 현대모비스(5위)와 기아자동차(7위) 현대자동차(21위) 등도 개별소비세 인하와 원화 약세(달러 강세) 효과 덕에 인기를 끌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의 변수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담는 추세가 뚜렷해졌다”고 분석했다.
반면 중소형주 중심인 유통(-7361억원)과 바이오·제약(-4572억원) 업종은 매도세가 이어졌다. 유통주에선 신세계와 현대홈쇼핑을 각각 4690억원과 1462억원어치 내다 팔았다. 바이오·제약에선 셀트리온(-3579억원)과 녹십자(-1161억원)의 매도세가 컸다.
◆FOMC 이후엔 안정세
외국인들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늦춰진 지난 9월 이후 최근 3개월 동안 3조7174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삼성전자 포스코 SK텔레콤 호텔신라 등이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이 기간 화장품 업종에 대한 매수세는 강했다. 외국인 매수 상위 10위 기업 중 아모레퍼시픽(3위)과 LG생활건강(6위)에 5079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송광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중국이란 안정적인 소비 시장을 버팀목으로 주가 조정을 마친 화장품주를 저가매수 기회로 삼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기아차도 3406억원의 외국인 자금을 끌어모으며 외국인 순매수 1위를 기록했다.
향후 외국인의 움직임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정의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전반에 대해 보수적인 접근을 하는 추세인 데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당분간 한국 증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자사주 매입 결정 이후 외국인 물량이 대거 쏟아진 삼성전자도 변수다. 과거 외국인은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시기 11번 중 7번이나 순매도로 대응했다. 업계에선 차익 실현으로 인한 매도세가 자사주 매입이 끝나는 내년 1월29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현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란 변수가 사라지면 대형주와 고배당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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