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절감, 투자·인력 축소는 '현재 진행형'
임원 수 줄이고 희망퇴직, 알짜자산도 매각
대기업 CEO 80% "지금은 장기불황 국면"
[ 정인설 기자 ]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3일 발표한 ‘2016년 최고경영자(CEO) 경제전망 조사 결과’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기업 CEO들은 바닥으로 추락한 경기가 쉽게 회복되기 힘들다고 보며, 이로 인해 내년부터 긴축경영을 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한 기업들의 긴축경영은 이미 시작됐다. 조선 철강 등 불황에 빠진 산업에서는 몸집 줄이기에 나섰고 삼성을 비롯한 일부 대기업도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기업들은 내년에 투자와 채용까지 축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업 절반 “내년 채용 줄일 것”
경총 조사 결과 대기업 CEO의 48.6%가 ‘내년에 투자와 채용을 줄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현재형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내고 있는 삼성그룹은 지난 4일 정기인사에서 197명을 신규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가장 적은 수다. 그러면서 500여명의 임원을 내보냈다. 상무로 승진한 지 1~2년밖에 안된 임원도 퇴출 명단에 포함시켰다. 그룹 전체적으로 임원 수를 300여명 줄였다. 임원만이 아니다. 부장이나 차장을 비롯한 직원을 대상으로 ‘인력 재배치’와 ‘희망퇴직’ 등을 통해 전체 직원 수를 줄이고 있다.
한계 상황에 직면한 업체들은 상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두산인프라코어는 8일부터 근속 연수에 관계없이 전체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STX조선해양도 11일까지 사원급을 포함한 모든 직원으로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대우조선해양은 매년 인사평가에서 저성과자로 분류된 사무직원에 대해 직급에 관계없이 희망퇴직을 시행하기로 했다. 부장급에 국한됐던 구조조정이 전체 직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약간 확대해석하면 작년에 들어온 직원도 올해 희망퇴직 대상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잘나가는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올 들어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SK하이닉스가 내년 일반 경비를 올해의 70%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2년 연속 영업이익 신기록을 작성하고 있지만 내년엔 정보기술(IT) 업종의 전망이 어둡다고 판단해서다. 현대자동차와 LG, SK 등 대기업도 전체적으로 ‘긴축’에 방점을 두고 내년 사업계획을 짜고 있다.
◆“규제완화와 노동개혁 필요”
경총 조사 결과 대기업 CEO의 절반가량(46.3%)이 ‘상당기간 경기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불황이 장기화될 것이란 기업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기업들은 장기 불황에 맞서기 위해 원가절감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계열사 여부를 따지지 않고 경쟁력 있고 값이 싼 부품을 고르고 있다.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 패널 대신 대만 AUO 부품을 쓰고, LG전자가 LG유플러스 대신 KT와 손잡고 인터넷TV 기능이 내장된 일제형 PC를 내놓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삼성과 LG그룹의 부품 계열사들도 궁여지책으로 모회사인 삼성전자나 LG전자의 경쟁 업체에 공급하는 부품을 늘리는 등 생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기업들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사업구조를 재편하거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있다. 잘하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알짜 자산도 팔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골프장과 연수원을 운영하는 자회사와 서울 신문로 건물을 매각했다. LS그룹은 자동차 부품 업체인 대성전기와 해외자원개발 자회사인 화창을 매물로 내놨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공작기계 사업부문을 통째로 팔기로 했다.
기업 CEO들은 어려움을 타개하고 경제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조치로 ‘적극적 규제완화’(31.5%)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23.7%)를 꼽았다. 또 정부에서 추진 중인 4대 개혁 중 가장 시급한 것은 ‘노동개혁’이라고 답한 사람이 61.8%로 가장 많았다. 내년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평균 1087원20전으로 예상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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