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명수 기자 ] 주형환 기획재정부 차관이 신흥국 레버리지 딜레마의 해법을 내놓았다.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 성장둔화로 부각되는 신흥국의 부채문제에 대해 '확장적 경제정책과 거시건전성 조치의 병행'이라는 투-트랙 접근 방법을 제시했다. 주 차관은 1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5 BOK-IMF 컨퍼런스'에 참석, 환영사를 통해 최근 세계경제 레버리지 증가의 위험과 정책 대응방향에 대한 견해를 이같이 밝혔다.
주 차관은 "레버리지는 경기의 확장과 수축의 진폭을 확대시킨다"며 "과거 주요 금융위기는 모두 레버리지의 증가와 감소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는 금융ㆍ기업의 과도한 부채가 원인이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무분별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 도화선이 됐으며, 2010년 유럽 금융위기는 일부 국가의 지나친 민간ㆍ공공부채로 촉발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주요 신흥국 비금융기업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부채비율이 2014년 기준 약 74%로, 10년전에 비해 26%포인트 증가했다는 IMF 통계를 인용했다. 아시아 기업들의 부채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고, 그 것이 최근 세계경제 여건 변화와 맞물리면서 글로벌 금융불안을 촉발시킬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시아 신흥국 부채문제가 과거와 다른 점은 높은 레버리지와 함께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저성장은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와 중국의 성장전략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이 둘은 서로 다른 측면에서 신흥국의 부채관리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게 주 차관의 시각이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유동성을 감소시키고 신흥국의 환율을 절하시켜 부채상환 부담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중국의 저성장과 경제구조 변화는 신흥국의 성장 속도를 둔화시켜 경제의 부채 감내 능력을 저하시키고 있다고 부연했다.
자전거가 천천히 달리면 쉽게 쓰러지듯, 성장이 정체되면 그동안 괜찮았던 부채도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그는 경고했다. 신흥국이 성장을 위해 레버리지를 증가시키면 경제 전반 시스템 리스크가 높아지고, 리스크 관리를 위해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강조하면 경기 둔화와 외국인 자금유출이 촉발되는 딜레마에 놓여있다고 분석했다. 신흥국 경제가 부채 디플레이션 함정(debt-deflation trap)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타깃을 잘 잡아 정책을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 차관은 아시아 신흥국의 부채 대응과 관련하여 △확장적 경제정책과 거시건전성 조치의 병행 △자금유출에 대비한 외환건전성 관리 △금융안정을 위한 국가간 공조 등 세가지를 강조했다. 신흥국들은 저성장과 부채관리라는 두 가지 정책목표를 달성해야 하는데 정책도 두-트랙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확장적 거시 정책과 미시적 유효수요 창출을 통해 경기를 살리고, 경제 내부의 신용위험 취약요인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의 경우, 확장적 재정정책과 함께 개별소비세 인하, 블랙프라이데이 등 解㉶?소비활성화 방안을 추진했으며 이러한 노력의 결과 세계적으로 저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서 3분기 성장률이 5년내 가장 높은 1.3%(전기대비)를 달성했다고 주 차관은 소개했다. 한국 정부는 가계부채를 고정금리ㆍ분할상환 대출 중심으로 전환하고 대출심사 방식을 선진화하는 등 부채관리 노력도 강화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기업들의 자발적인 사업재편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했다고 덧붙였다.
주 차관은 신흥국에 시장 충격이 발생할 경우 외국인 자금 유출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외채 관리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거시건전성 부담금 등 다양한 외환부문 거시건전성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의 결과 지속적으로 외채가 감소하고 단기외채 비중이 낮아지는 등 대외 건전성이 개선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명수 한경닷컴 증권금융 전문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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