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산업 히든챔피언 (8)·끝
스포테인먼트 성장엔진 달고 시민 건강·수익 '두 토끼' 잡다'
최성 시장 '공격투자 전략'
공공체육시설 117개로 2년 만에 2배 이상 늘려
공연·이벤트 접목한 경기장, 운영 수익 6배·이용자 3배로
지자체 최초 스포츠산업대상
[ 유정우 기자 ] “저러다 말겠지!”
2010년 새로 부임한 최성 경기 고양시장(52·사진)이 경기장을 더 짓고 스포츠를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역설하자 시 관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어릴 때 축구선수로 소년체전에 출전했던 향수거나 생활체육에 대한 ‘의례적 관심’쯤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줄여도 모자랄 판에 무슨 신규 시설이냐”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그로부터 5년여가 지난 지난달 26일. 고양시는 국내 스포츠산업 분야 최고 권위의 포상인 제11회 대한민국 스포츠산업대상 시상식에서 대상(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지방자치단체가 대상을 받은 건 2004년 시상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최 시장은 “전통적인 업무 스타일을 깨고 전략적 사고로 바꾸자고 반복적으로 주문했던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고양시가 스포츠산업 육성을 강조하기 시작한 건 스포츠 마니아인 최 시장이 부임한 이후부터다. 부임 초기 관내 공공체육시설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늘어나자 최 시장은 스포츠시설 사용 실태 파악에 나섰다.
아울러 업계, 학계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분과별 위원회를 발족, 스포츠산업 육성의 기틀을 세울 중장기 전략 마련에 집중했다. 고양시가 내세우고 있는 ‘가족 중심 스포츠시티’란 콘셉트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지자체로선 보기 드물게 별도의 스포츠산업팀 발족도 준비하고 있다.
전략이 수립되자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기존 시설의 활용도를 높이는 한편 맞춤형 스포츠시설을 대폭 늘렸다. 2012년 47개였던 고양시의 공공체육시설은 지난해 117개로 늘었다. 2년 새 거의 250%로 늘어난 것. 동계올림픽을 준비 중인 강원도를 제외하곤 전국 최고 기록이다. 2004억원가량을 들여 완공한 ‘고양스포츠타운’은 손연재 갈라쇼와 클래식 공연, K팝스타 콘서트 등 굵직한 이벤트를 잇따라 유치하면서 스포츠(경기)와 엔터테인먼트가 어우러진 고양시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골칫거리였던 운영 실적도 개선됐다. 2011년 9억6700만원이던 공공체육시설 운영 수익이 2014년에는 6배가 넘는 58억2200만원으로 증가했다. 2011년 73만명이던 이용자 수도 약 239만명으로 늘었다. 이벤트와 공연 등이 어우러지면서 남녀노소 모두 경기장을 찾는 횟수가 늘어난 결과다.
2011년엔 대구 연고의 오리온스농구단(현 고양 오리온스)을 유치해 경기 북부 최초의 프로스포츠팀 연고 도시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최초 독립야구단도 고양시 품에서 시작됐다. 최 시장은 “창단 당시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하지만 이미 보유한 스포츠시설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관람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구단 유치가 꼭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고양시는 2012~2014년 40여개의 국내외 대회와 프로구단 유치, 스포츠 시설 확장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경희대 국제관광전략연구소에 따르면 고양시는 이를 통해 645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324억원의 부가가치유발효과, 1200여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1월엔 박진영, 김태우, 이상윤, 서지석 등 가수와 배우 등이 출전하는 ‘연예인 농구리그’도 열린다. 경기장에서 한류 스타를 만나기 위해 경기당 500명 이상의 중국인 관광객이 이미 예매를 마쳤다.
최 시장은 “고양시는 스포츠산업 강국 독일 등에 비하면 여전히 50점 수준이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끊임없이 진화하는 모습을 선보이겠다”며 “스포츠와 한류, 엔터테인먼트 등을 결합해 5년 안에 동북아시아를 대표하는 가족형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 시티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고양=유정우 기자 see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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