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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전통과 예술이 깃든 후쿠오카에 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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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모르는 규슈 최대도시의 '숨은 매력'


[ 김명상 기자 ]
세 번째 후쿠오카 여행이었다. 낮 기온이 17도에 이를 정도로 따뜻한 날이었다. 누구나 간다는 하카타역 캐널시티와 덴진 번화가는 충분히 돌아봤다. 먹고 쇼핑하는 것이 전부인 곳을 벗어나보고 싶었다. 1000년 전 사찰과 신사를 만날 수 있는 기온역 부근을 돌아봤다. 공방과 갤러리가 많은 게야키 거리도 거닐었다. 이들 지역은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한 전통과 예술의 숨결이 살아 있었다.

사찰에서 지옥 체험…신사에서 역사 탐방

규슈 최대의 도시 후쿠오카. 외곽의 해변이나 항구 지역으로 나가지 않는 한 도심의 하카타와 덴진 지역이 여행의 중심이 된다. 사람에 따라 먹고 쇼핑하는 것 외에는 특별할 것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하카타역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기온역에 가면 고풍스러운 신사와 사찰이 모여 있다. 고풍스러운 일본을 느끼고 싶다면 가볼 만한 곳이다.

기온역에서 나오면 먼저 사찰 도초지(東長寺)가 보인다. 806년에 건립됐으며, 일본 최대 크기의 대불이 여기에 있다. 높이 10.8m, 무게 30t 정도다. 직접 본 대불은 동양의 다른 대불에 비해 그리 크지 않다. 조금 실좡狗졍?찰나 재미있는 광경이 벌어졌다. 불상 뒤 어두운 공간으로 유치원생들이 교사를 따라 들어간다. 무슨 일인지 직원에게 물으니 이곳의 묘미인 지옥체험 코스란다. 불상 뒤로 사라진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교사가 아무리 타이르며 안심을 시켜도 소란이 가라앉지 않는다.

호기심이 발동해 지옥 길로 들어갔다. 입구엔 불 지옥, 도깨비 지옥 등의 지옥도가 걸려 있다. 더 들어가니 칠흑같이 어두운 통로가 시작된다. 빛 한 줄기 없이 사방이 캄캄해 앞을 가늠할 수 없다. 아무리 팔을 휘저어도 무엇 하나 잡히지 않는다. 덜컥 겁이 난다. 한참을 헤매다 간신히 벽을 더듬어 나오니 은은한 조명 아래 석가모니 그림이 모습을 드러낸다. 뒤돌아 대불을 바라보니 처음보다 크게 느껴지는 듯하다.

도초지에서 나와 맞은편 대로를 따라 구시다신사(櫛田神社)로 걸음을 옮겼다. 757년에 세워진 하카타 지역의 수호 신사다. 불로장생과 번성의 신을 모시고 있고, 수령 1000년의 은행나무가 자란다. 하카타의 전통 축제들도 이곳에서 열린다. 역사관에는 명성황후 시해에 쓰인 칼이 보관돼 있다. 자객이 참회를 위해 이곳에 바쳤다고 한다. 한국 시민단체에서 폐기나 환수를 요구했지만 아직 이뤄지지 못했다.


공방에서 예술 보고, 포장마차에서 인심 얻다

기온역에서 지하철로 세 정거장 떨어진 아카사카역으로 향했다. 역에서 남쪽으로 400m쯤부터 게야키 거리가 시작된다. 느티나무길 양옆으로 갤러리, 카페, 공방, 아트숍이 이어져 있다. 길을 따라 골동품 가게가 등장構? 사진 갤러리도 나타난다. 독특한 디자인이 눈길을 끌고, 희귀한 소품이 발을 멈추게 한다. 잘 찾아보면 괜찮은 물품도 만날 수 있다. 골동품상이 유럽에서 공수해왔다는 브로치를 사서 주머니에 넣으니 발걸음이 더욱 가볍다.

게야키 거리에서 하카타역으로 돌아가는 길, 후쿠오카의 명물인 야타이에 들렀다. 덴진역과 인근의 나카스 강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타이는 한국의 포장마차 같은 것이다.

한국인에게 특히 인기 있는 곳은 덴진역 다이마루백화점 앞에 있는 ‘야타이 뿅키치’다. 주인이 재일동포라 한국말이 잘 통하고 한국식 요리도 있다. 언어의 장벽이 없으니 더 신난다. 야타이의 묘미는 낯선 옆자리 손님들과 자연스레 어울리게 된다는 것. 술과 환한 웃음이 후쿠오카 여행의 마지막을 채운다. ‘언젠가 서울에 오면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자’는 기약 없는 약속을 옆사람과 나누면서.

이 곳만은 꼭!
장인 공예 솜씨 보고 별난 잡화점서 쇼핑

하카타마치야 후루사토칸

하카타 전통 축제와 상인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향토관. 장인이 공예품을 만드는 모습도 볼 수 있다. 6-10 Reisenmachi, Hakata Ward, Fukuoka, 092-281-7761

야타이 뿅키치

주인이 재일동포라 한국말이 통한다. 토마토베이컨꼬치, 명란교자, 돼지고기김치철판구이 등이 인기 있다. 1-4-1 Tenjin, Chuo Ward, Fukuoka, 090-9074-4390

아카사카 구락부

영업 시간도 정확하지 않고, 전화번호도 없는 별난 잡화점이다. 그릇, 액세서리, 의류, 그림 등 온갖 소품이 가득하다. 가격이 싼 편. 2-6 Akasaka, Chuo Ward, Fukuoka

후쿠오카=나보영 여행작가 alleyna20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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