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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 크면 성과 저조' 속설 깼다
설정액 1조7000억 초대형펀드…10년 누적 수익률 136%로 꾸준
우량국채 60% 담는 채권혼합형…배당·가치주로 플러스 알파 수익
[ 안상미 기자 ]
국내 주식시장 부진이 이어지면서 주식형펀드를 이탈하는 투자자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펀드는 주식시황과 관계없이 꾸준히 자금을 끌어들이면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주식과 채권에 분산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411개 퇴직연금펀드(공모형 기준)에는 올 들어 2조원 넘는 자금이 들어와 전체 설정액이 8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퇴직연금펀드에 유입된 자금의 30% 이상(7269억원)을 ‘KB퇴직연금배당40’ 한 개 펀드가 독식해 눈길을 끈다.
채권·주식 분산 투자로 꾸준한 수익
‘KB퇴직연금배당40’은 설정액이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펀드다. 퇴직연금펀드 중 유일하게 1조원이 넘는다. 이 펀드는 ‘몸집이 커질수록 성과가 저조해진다’는 펀드 시장 ?속설을 깨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2006년 1월 설정된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마이너스 수익(연간 기준)을 낸 적이 없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 등으로 2011년 코스피지수가 10% 넘게 빠졌을 때도 9%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올 들어서는 지난달 30일까지 4.01%의 수익률을 거뒀다. 411개 공모형 퇴직연금펀드와 채권혼합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인 2.43%, 2.27%보다 높다.
매년 꾸준히 수익을 쌓아온 덕분에 지난 10년간 누적수익률(11월 말 기준)은 136%에 이른다. 단순 연환산으로 13%가 넘는다.
‘KB퇴직연금배당40’은 채권에 62%, 주식에 38%를 각각 투자하는 채권혼합형 상품이다. 우량 국채를 담아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챙기면서 일부 자금으로 주식을 사들여 주가 상승과 배당 수익에 따른 추가수익을 노리는 전략을 구사한다. 목표 수익률은 연 5~6%다.
“퇴직연금펀드 10~20년 장기투자해야”
이 펀드는 비즈니스 모델과 글로벌 경쟁력, 영업이익 성장률 등을 감안해 장기 성장성이 돋보이는 가치주들을 주로 편입한다. 지난 9월 말 기준 포트폴리오(에프앤가이드 집계치)를 보면 대형주와 중형주, 소형주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각각 30% 안팎씩 균형있게 담고 있다. 컴투스, 네이버, SK하이닉스, 고려아연, 현대리바트, SK텔레콤, 대림산업, 한국전력, 한솔케미칼 등이 주요 편입 종목들이다. KB자산운용 내 간판급 가치주펀드인 ‘KB중소형포커스’ ‘KB밸류포커스’와 투자 종목군은 비슷하지만 상대적으로 고배당주(배당수익률 1.5~2% 수준) 비중이 높다.
퇴직연금펀드는 10~20년 장기 투자 ?복리수익률을 극대화해야 하는 상품인 만큼 안정적인 배당수익과 꾸준한 실적에 초점을 두고 저평가된 종목들을 담는다는 게 KB자산운용 측 설명이다.
최웅필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내년에는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줄어들면서 국내 증시가 지루한 박스권에 갇힐 가능성이 크다”며 “꾸준한 실적을 내는 기업들이 재평가되면서 가치주들이 다시 주목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올해는 전기자동차 바이오 화장품 등 일부 업종으로만 쏠림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실적과 업황이 나쁘지 않은 일부 가치주들의 조정국면이 길어졌다”며 “실적에 비해 주가가 낮은 만큼 저가매수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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